21세기는 역사문화의 시대이다. 국가경쟁력은 그 사회의 역사문화 역량으로 평가되며,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따라 역사문화 역량은 국가성장은 물론 지역성장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역사문화 역량을 발휘해 문화진흥과 성장을 이끈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 있다. 일본 혼슈 중심부에 있는 가나자와시(市)다. 이곳은 막부 시대 중심 도시로 400년간 번영을 누렸지만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돼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돌파구는 가나자와시가 가진 역사문화 자원으로부터 나왔다. 다행히도 이곳은 전쟁 피해나 근대화 영향을 받지 않아 전통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었다. 지속적인 보존 노력 덕분에 역사문화보존지구로 각광받아 매년 700만 명 이상 관광객이 찾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전통경관조례 제정을 통해 건축물 높이'형태'색채'광고물이 전통 환경과 조화되도록 철저하게 관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 촬영지인 히가시차야 거리를 걷다 보면 과거를 너무나 고이 간직하고 있어 금방이라도 일본 전통 현악기인 샤미센 연주음이 들릴 것만 같다.
가나자와시는 문화예술진흥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역사문화 자원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창의적으로 만드는 중심에는 '가나자와 예술창조진흥재단'이 있다. 1993년 가나자와시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이 재단은 문화예술 기획, 시민의 문화활동 지원 및 컨설팅 등 문화진흥 산실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재단에서 운영하는 '시민예술촌'은 365일 24시간 개방해 지역문화를 끝없이 꽃피우는 공간으로서 지역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또한 가나자와시는 이를 바탕으로 도시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시민예술촌 내 직인대학을 두어 생활재산업, 메카트로닉스산업, 디자인산업 등 지역발전형 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구축하고, 전통산업을 보존해 그로부터 나오는 모든 경제적 효과를 지역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경상북도도 가나자와시와 비견되는 역사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 도시성장을 이룰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 경북은 불교'유교'가야문화 등 한국정신문화의 원류를 간직하고 있다. 전국 문화재의 약 20%를 보유한 역사문화 자원의 보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북은 지금껏 역사문화 자원 보존과 활용에 철저하지 못했다. 오히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예컨대 안동 하회마을은 관광 활성화 명목 아래 진행한 난개발과 역사유산의 체계적인 보존 정책 부족으로 지역의 특색 있는 전통경관 보존에 미흡했다.
또한 경주, 구미, 청송, 청도 등 일부 시'군에서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문화 진흥을 주도하고 있지만, 도내 전반의 지역 문화진흥을 이끌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태이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문화재단이 없는 곳은 경북도가 유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하고 여기서 나오는 경제 이익을 지역에 재투자하는 순환형 도시성장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정책이 지역민의 경제적 측면만 과도하게 강조하고 있어, 그 경제적 효과가 지역에 투자되는 순환형 도시성장에 대한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 가나자와시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이제 경북 23개 시'군의 역사문화 자원을 보다 완벽히 보존하고 지역문화를 진흥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세심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경북도의 지역문화진흥을 이끌 컨트롤 타워인 가칭 '경북문화재단' 설립이 시급한 이유이다.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로움을 창조해내던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 경북의 힘을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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