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서울에서는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노을공원에 조성됐던 난지도골프장(9홀)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기존 대중골프장을 서울시가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자며 공원으로 바꾸자고 주장해서이다. 이 골프장은 당초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난지도를 골프 대중화 모델이라는 목적으로 조성했던 곳.
당시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에서는 도심에 있어 접근이 편한 데다 100m 아래 한강을 굽어보며 공을 칠 수 있는 저렴한 대중골프장을 왜 없애느냐고 항의도 많았다. 일부는 산을 깎은 것도 아니고 쓰레기 매립지를 대중골프장으로 변신시켜 생태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보존 가치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 9홀 라운드에 2만~3만원이면 칠 수 있는 난지도골프장은 새벽부터 골퍼들이 줄을 서서 라운딩하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등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004년 6월 노을공원(36만7천329㎡)을 조성했지만 부지 내에 있는 골프장(19만5천43㎡) 때문에 공원으로서의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유였다. 이 골프장을 없애는 대신 자연과 낭만이 함께하는 '환경'문화공원'을 만들어 서울시민들이 마음껏 자연을 벗 삼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난지도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공원→골프장→공원으로 변신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후 결과는 어땠을까.
2013년 서울 국회에서 근무할 때 가본 적이 있다. 매달 예약제로 운영되는 노을공원 캠핑장은 항상 가족이나 연인들로 만원이었고, 예약 시작과 동시에 신청이 마감된다. 줄을 서서 예약 취소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일부 계층만 즐겼던 골프장을 모든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노을공원은 이제 서울의 자랑"이라던 노을공원 캠핑장 관계자의 말이 인상적으로 들렸다.
10년 뒤 비슷한 논란이 대구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대구 달성군이 낙동강변에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달성군이 골프장을 조성하려는 곳은 구지면 오설리 낙동강변 21만6천400㎡ 부지다. 2015년엔 한국잼버리대회가 열려 전 세계 청소년들이 우의를 다졌던 곳이다.
군은 이곳에다 7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9홀 규모의 골프장 조성 공사를 내년 초 시작해 2019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잼버리대회가 끝난 직후 이전터 개발을 위해 이곳에 다목적 광장과 야영장 등 각종 레저 시설 조성을 구상하다 골프장까지 포함시켰다고 한다. 지난해 연말 사업 대상지가 친수거점지구로 지정되면서 골프장 조성 여건은 거의 마친 상황이다.
군은 낙동강 수질 오염 우려 여론을 의식했는지, 골프장에는 농약을 쓸 필요 없는 인조 잔디를 깔고 강변 수풀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어서 친환경 골프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환경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인조 잔디를 깔기 때문에 낙동강 수질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지만, 낙동강변을 개발하는 공사 자체가 자연환경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인조 잔디는 환경호르몬,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 배출 논란 때문에 최근 학교 운동장 등에서도 철거되는 추세다. 또 인조 잔디 관리를 위해 향후 유해물질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도 든다.
더욱이 인근에는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낙동강수련원이 있는 데다 가족 단위를 대상으로 한 오토캠핑장, 수상레저시설 등이 포함된 낙동강 레포츠밸리가 들어설 계획이어서 골프장은 부적절하다는 여론도 있다. "낙동강변은 모든 주민들이 이용해야 하는 공공재인데, 일부 사람들을 위한 골프장이 강을 막아서 떡하니 들어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인근 주민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결국 10년 전 공원 한가운데 위치한 난지도골프장 탓에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무늬만 공원이었던 예전 노을공원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공원에서 골프장으로, 다시 공원으로 돌아오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한 서울 노을공원의 교훈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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