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요단강을 통하여 가나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모세가 백성에게 설교한 것을 모은 것이 성경 중의 신명기이다. 신명기는 백성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 어떻게 살지를 가르친 내용인데, 그중에 장래 나라가 세워질 때 나라를 이끌 왕의 자격론이 기록되어 있다. 이 신명기의 배경은 기원전 15세기경으로 추정하는데, 그때의 정치학이 오늘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원리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신명기 17장에 나오는데 대략이 이렇다.
기본 원칙은 이스라엘의 왕은 하나님이 택하신 자여야 한다. 이른바 왕권신수설이다. 이것은 종교가 정치 위에 군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흠이 없는 최고의 왕의 자격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왕으로서의 자격이 세밀하게 언급되어 있는데, 그 조건들이 결국 하나님이 그를 왕으로 세웠다는 증거로 삼으려는 의도이다.
첫째는 반드시 이스라엘 사람이어야 한다. 외국인이 왕이 될 수 없다. 곧 왕은 그 백성의 대표여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대표성은 정권의 정통성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둘째는 병마(兵馬)를 많이 두지 않아야 한다. 왕이 국방을 튼튼히 하려면 병마(무기)를 많이 마련해야 하는데, 당시 병마를 얻으려면 이집트로 다시 내려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전 역사로 야곱 시대에 기근을 만나서 양식을 얻으려고 조상들이 이집트로 내려갔다가 그곳에서 노예가 되어 430여 년을 살아왔던 역사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곧 역사의 교훈을 무시하지 말고 지금 당장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며 통치할 수 있는 여유로움과 혜안이 왕에게 필요함을 뜻한다. 셋째는 아내를 많이 두지 말고 자기를 위하여 은금을 많이 갖지 말아야 한다. 이유는 왕의 마음을 미혹하게 하여 합리적인 판단력을 떨어뜨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외척이 많아 사사로운 관계에 지배를 당하거나 탐욕에 빠지면 국정을 바르게 이끌 수 없음을 경고한 것이다. 넷째는 왕이 되면 율법서를 옆에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왕이 된 다음 왕도(王道)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왕도는 법치이다. 법을 따라 법에 의해서 법으로 백성을 다스릴 때에 나라가 흔들림이 없이 든든해져 공정사회가 될 것이다. 그때 백성들이 왕을 존경하게 되어 왕권이 장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조건들과 왕도는 오늘 현대 국가의 정치 리더십에도 인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인용되어야 할 것들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통치자들에게 늘 문제가 되었던 것이 고스란히 다 담겨 있다. 부디 새로운 대통령을 세울 때 국민들이 그 자질과 자격을 잘 살펴 투표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몫이고 책임이다. 나라가 휘청거릴 때마다 우리는 통치자를 욕해왔다. 그러나 그 책임이 국민에게 먼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무지하면 그 결과는 우리 국민들에게 고통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옴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대 이스라엘에 정식 왕정이 시작되기 전에 폭군이 한 사람 등장하여 오랫동안 백성들을 괴롭힌 적이 있다. 아비멜렉이란 자인데 그가 주변의 정적을 수없이 죽이고 왕처럼 군림하여 백성들을 다스렸었다. 이를 슬퍼하고 후회한 요람의 우화 한 토막이 성경에 나온다(사사기 9장). 하루는 숲의 나무들이 모여 회의를 하여 숲의 지도자를 세우려고 했다. 지도자가 될 만한 능력이 있었던 나무들 곧 감람나무, 무화과나무 그리고 포도나무에게 숲의 나무들이 지도자가 되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그들이 하나같이 다 자기 일이 귀중하고 바쁘다고 사양했다. 그 바람에 가시나무가 나서서 숲의 왕이 되었다는 우화이다. 우리 국민들이 이런 유사한 태도를 보이면 결국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애국은 정치가 바로 서도록 투표에 참여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번에 새 대통령은 우리의 진정한 대표가 되며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자격 있는 분이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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