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후 건물 다닥다닥 붙은 3공단, 영세업체 몰려 불 나면 큰 재앙

최근 3년 동안 83건 발생에도 일회성 예방교육·안내문 배포

지난달 24일 오전 2시 15분쯤 대구 북구 노원동의 한 공장. 입주업체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 이웃 업체로 순식간에 번졌다. 불은 도금'연마업체 등 3곳을 태우고 25분 만에 꺼졌지만 재산피해액이 5천600여만원(소방서 추산)에 이르렀다. 피해 업주는 "소규모 영세업체가 밀집한 3공단은 화재가 나면 곧바로 번지는 구조"라며 "7, 8년 전에도 번진 불로 피해를 보았는데 또 화마에 당했다"고 허탈해했다.

대구 북구 제3산업단지(이하 3공단)가 대형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공장 건물과 설비 등이 노후한 데다 건물마다 여러 업체가 입주한 탓에 화재가 발생하면 이웃 업체까지 큰 피해를 입지만 예방 대책은 미흡하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3공단에서 발생한 화재는 2014년 30건, 2015년 24건, 2016년 29건으로 최근 3년 동안 83건이 발생하는 등 입주업체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화재 예방 대책은 단순 계도에 그치고 있다. 관할 북부소방서는 지난 2015년 1월 입주업체 1천300곳을 대상으로 화재예방 교육 실시와 안내문 배포 등을 했지만 일회성에 그쳤다. 현재는 관할 119안전센터가 하루 5, 6차례 순찰만 한다. 3공단은 정부 노후산업단지 재생사업에 선정돼 2024년까지 사업비 3천49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화재 예방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다.

입주업체 관계자 박모(46) 씨는 "한 번씩 화재 예방 교육이 있다고 연락이 오지만 생업이 급한 영세업자들은 신경을 쓰지 못한다"며 "퇴근 시 건물 셔터를 내리면 곧바로 전기 공급이 차단되는 등 실질적 화재 예방 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중소기업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입주업체들의 낮은 화재 예방 의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예산을 투입해 개인 공장에 소방설비를 마련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업주들이 한 달에 하루만이라도 화재 예방의 날로 정해 전 직원이 설비 점검에 나선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앞으로 낡은 공장 건물의 증축'신축이 활발해져 소방설비 확보율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화재 예방 기능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3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입주업체 전체 회의 때 화재 방지 설명회를 열었고 화재 상황을 가정한 모의훈련도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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