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폭력 의혹 포스텍 대학원생 자살…유족 "학교 측 무관심이 부른 인재"

"피해자 신고 경위 등 조사 않아" 학교 측 "매뉴얼대로 조사했다"

"죽은 아들이 너무 억울할 것 같아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었습니다."

포스텍 대학원 재학생이 성폭행 의혹으로 지난 4월 11일 학교에서 자체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본지 4월 13일 자 9면 보도)과 관련, 유족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유족들은 "(아들의 죽음은) 학교의 무관심이 불러온 인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성폭행 조사를) 매뉴얼대로 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또 "사고 후 학교는 재발 방지책을 수립하기보다는 사건이 잊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학교 측의 잘못된 조사 방식으로 아들이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끊은 만큼 제2, 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재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족들의 주장에 따르면 성폭행 피해 신고가 한 달가량 늦게 이뤄지는 등 사건 자체에도 의문이 많은데, 학교 측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또 "학교와 격리된 상태에서 변호사 선임 후 정확한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휴학을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처리 절차에 어려움이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결국 정신과 치료 중 아들은 주위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학교에 신고했고, 학교 자체 진상 조사를 진행하던 중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며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성폭행 직후 경찰에 신고했더라면 명확한 진실 규명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포스텍 관계자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관련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진행했다. 성희롱'성폭력대책위원회는 사망한 학생의 유족과도 충분히 상담했다. 필요하다면 앞으로도 더 대화하겠다. 다만 어떤 조사나 대화가 이뤄졌는지는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올 2월에도 포스텍 한 학과가 실시한 행사에서 선배가 후배 신입 여학생 2명을 잇따라 성폭행해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행사를 통제하고 감독할 교수 등 학교 관계자가 전혀 동행하지 않아 사건'사고 예방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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