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출범했다. 권력이 이동했다. 지역문제 해결은 어떻게 해야 하나. 대구경북의 야당 출신 자치단체장들은 문재인정부가 지역을 소홀히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걱정이 많다 보니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 아는 사람을 찾으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나는 그런 노력이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자에게 줄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자기 혁신에 힘을 쏟는 것이 낫다. 우리 자신의 기획 능력과 설명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지역은 다섯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특별히 발전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지역 출신이 아닌 대통령이 나왔다고 특별히 낙후될 일도 없다. 그러니 공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동네축구 같은 연줄 정치는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지역 사람들은 가뭄에 물꼬 싸움을 하다가도 청와대에 전화한다는 '전설'이 있다. 권력 의존적 문제 해결은 능사이지만 자기 주도적 혁신역량은 부족하다는 것을 빗대는 얘기다.
대구경북 지역정책에 대해 문재인정부와 여당에도 한마디 하자.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동진정책', 노무현 대통령은 '전국정당화'라는 이름으로 이 지역에 관심을 기울였다. 문 대통령은 어떤 개념으로 대구경북 정책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두 대통령 시기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구경북의 좋은 '비전'을 만드는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동진정책은 밀라노프로젝트가 그 중심이었다. 그 결과는 뭐였나? 그것은 저물어가는 산업의 연명 치료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산업구조 전환이라는 그 중요한 기회를 놓쳐버리고만 '상실의 시기'라는 비유도 있다. 밀라노프로젝트는 우리 지역에 맞는 좋은 '비전'이 아니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두 대통령 시기에 이 지역 집권 여당은 비전 모색보다는 지역사회의 '민원해결사' 노릇에 급급했던 것 같다. 어디에 예산이 필요하다면 그것 따다 주느라 분주했고, 이 지역 출신 고급 공무원 뒤를 봐 주라면 그 치다꺼리 하느라 바빴다. 말하자면 특수이해와 충성의 교환에 기초한 정치적 관계(patron-client relationship)로 지지기반을 만들려고 했다. 교환의 매개물이 된 것은 대개 지역사회의 공공이익인 경우보다는 특수이해였다.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특수이해를 들어주는 대가로 호감과 지지를 얻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했다. 이 교환관계는 한정적이어서 여기에 들어오지 못하는 다수의 비수혜집단으로부터 비난을 받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 교환관계는 한시적이어서 그 교환관계가 끝나면 남는 게 없다.
'패트론-클라이언트' 관계를 기반으로 한 민원 해결 방식은 특별한 개인의 부귀영화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지역 발전에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그런 헛수고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어서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수혜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대중과 노무현을 넘어서는 대구경북 정책을 내 놓기를 기대하지만, 권력이행기에 우리 지역이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비전'이고 우리 자신의 '혁신역량'이다. 대통령으로 통하는 줄도 아니고, 대통령의 완장도 아니다. 대구와 경북의 비전, 그리고 대구경북을 넘어서는 초광역적 비전을 우리 지역의 여당, 야당 혹은 보수, 진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 진보'보수가 함께 참여하는 씽크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지역의 여야 진영에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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