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남대 박사과정 한혜림 씨 논문 "감정 통제 달하는 학생이 대학 적응력 높아"

과제 수행때 목표 우선 환경 영향 적게 받아야

영남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한혜림 씨가 대학생활 적응과 관련한 자신의 논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남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한혜림 씨가 대학생활 적응과 관련한 자신의 논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학생활은 고교 때 입시 지옥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아니, 직장인들이 다시 가고 싶은 로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생활을 의외로 힘들어하고 만족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이는 한 조사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2천862명을 대상으로 '대학생활'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생 10명 중 3명(35.9%)이 현재 대학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복수 응답)에 대해서는 '중간'기말고사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을 때'(68.8%)를 가장 힘든 순간으로 꼽았다. 다음으로 ▷과제가 한꺼번에 몰릴 때(44.3%) ▷학비를 벌기 위해 방학에도 쉬지 않고 알바 할 때(29.0%) ▷친구들과 갈등이 생기는 등 권태기를 느낄 때(22.3%) ▷수강신청에 실패해 원하는 수업을 못 들을 때(13.2%) 등의 답변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역에서 '어떤 학생이 대학생활 적응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문을 발표한 대학원생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영남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한혜림(28'가족주거학과) 씨가 주인공이다. 한 씨는 "후배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대학생활을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고교 때와 달리 대학에서는 자신이 모든 일의 주체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계획을 짜거나 수업 선택, 진로 등을 혼자서 결정하는데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한 씨는 이 문제를 논문 주제로 잡고 지난해 5월 대구경북 4개 대학 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이어 분석 등을 거쳐 최근 '자기통제력과 대학생활 적응 간의 관계에서 정서적 대처와 행동적 대처의 매개 효과: 남녀 대학생 간의 다집단 분석'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생활을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녀가 내린 결론은 '자기통제력이 높은 학생이 스트레스 대처를 잘하고 결국 대학생활 적응도 잘 한다'는 것이다. 한 씨는 "예를 들어 자신이 짠 계획이 있거나 수업을 앞둔 경우에 다른 일이 갑자기 생겼을 때 이를 얼마나 잘 통제하고 계획대로 진행하는지가 자기 통제력이다. 또한 과제 등을 수행할 때 개인감정에 상관없이 잘 수행하는지 등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계획한 대로 추진하는 정도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성별에 따라 다른 결과도 나왔다. 한 씨는 "여학생과 비교하면 남학생의 자기통제력이 정서적 대처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치는 반면, 행동적 대처는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자기통제력이 더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대학생활 적응 수준을 높이려면 이러한 성별에 따른 차이를 고려한 프로그램 개발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연구를 통해 씁쓸함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한 씨는 "대학이라는 환경이 자율성과 주체성, 개성이 중요한 곳이라 인식되지만 막상 연구를 해보니까 대학의 시스템에 잘 따르는 것이 결국 적응도 잘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이런 면에서 대학생활도 고교생활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이번 논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한국가정관리학회가 주관하는 2017년 공동춘계학술대회에서 '우수 포스터 논문상'을 수상했다. 한 씨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대학생의 자아 존중감과 자아 정체성에 대해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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