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빗속 체육대회 강행, 학생 하반신 마비"

고3생 장애물 경기중 부상, 학교 안전요원·조치 등 없어 '예견된 사고' 학교 고소

지난달 12일 오후 경주 한 고교에서 열린 체육대회에서 학부모들이 우산을 쓴 채 체육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오후 경주 한 고교에서 열린 체육대회에서 학부모들이 우산을 쓴 채 체육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학교 체육대회가 송사의 빌미가 됐다. 학교 측이 무리하게 체육대회를 진행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피해학생 학부모는 안전 대책 부실이 부른 '예견된 사고'라며 학교 측을 사법 당국에 고소했다.

지난달 12일 오후 2시 30분쯤 경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체육대회에서 이 학교 3학년 A(18) 군이 장애물 경기 도중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A군은 3주째 병상 신세를 지고 있다. 장애물 경기 도중 매트리스에서 앞구르기를 하다 목을 다친 것이다. 앞구르기 후 일어나려는 A군의 뒤에서 동급생 B군이 구르며 A군의 목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A군은 병원에서 경추 5, 6번 골절과 신경 손상으로 흉부 이하 전신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B군 역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A군 학부모는 학교 측의 안일한 현장 대응을 따져 물었다. A군 학부모는 "안전요원도 없었다. 4명이 뛰는 장애물 경기에 매트리스 3개만 깔아뒀다. 설상가상으로 빗물이 많이 스몄다"며 "하지만 학교 측은 안전 조치를 하기는커녕 비가 내리니 체육행사를 중단하자는 학부모 요청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비가 많이 내려 경기가 없던 1학년은 교실로 들어가 버렸음에도 학교 측이 무리하게 체육대회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날 경주에 내린 비의 양은 5.5㎜였다.

학교 측 대처는 전반적으로 허술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체육대회가 있은 이날 경주 전역에는 비가 내린 데다 오전에도 씨름 등의 종목에서 학생들이 다쳐 십자인대 파열 등으로 병원에 후송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이 있었다. 학부모가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다.

결국 A군 학부모는 지난달 26일 학교장 등을 업무상 과실 치상 혐의로 경주경찰서에 고소했다. 학생들이 줄부상을 당했음에도 학교 측이 체육대회를 강행한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관계자는 "조금 내리는 비를 이유로 체육대회를 중지할 수 없었고 학부모들의 중지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다만 A군이 다치고 나서 모든 경기를 취소했다"며 "학생들끼리 경기 도중 다쳐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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