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상조 때리기' 뒤에 재벌 있다는 추 대표의 가벼운 입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 후보에 대한 도덕성 검증의 배후에 '재벌'이 있다는 투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추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간에는 '김상조 때리기'의 뒤에는 재벌이 있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가 나돈다"며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사실이라면 재벌 대기업들은 김상조 때리기에서 손을 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참으로 황당하다. 도덕성 검증을 '김상조 때리기'라고 규정한 것부터 그렇다. 김 후보는 아무 흠결이 없는데 야당이 괜한 시비를 건다는 소리다. 맹목적인 '우리 편 감싸기'이다. 김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 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 표절, 부인의 공립고교 불법 취업 등이 드러났다. 위장 전입과 논문 표절은 문재인 대통령이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5대 비리다. 다운계약서도 세금 탈루가 목적인 만큼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원칙을 지킨다면 지명을 철회해야 할 인물이다.

본인의 해명도 국민의 눈높이에 턱없이 못 미쳤다. 처음에는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넘어가려다 막판에 "송구하다" "죄송하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다운계약서 작성은 관행이었다는 변명은 특히 실망스러웠다. 문재인정부의 장관 후보자라면 이렇게 '관행'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문 정부는 도덕적임을 자부한다. 그렇게 도덕적인 정부의 장관 후보자는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사실이라면" 등의 가정법을 사용해 재벌에 의한 김 후보 낙마 기도를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이다. "사실이라면"이라고 할 게 아니라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부터 해야 했다.

재벌이 김 후보가 공정위원장이 되는 데 방해를 놓을 것이란 소리는 김 후보 지명 때부터 나왔다. 김 후보가 '재벌 저격수'로 불려온 만큼 누구나 그럴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결국 추 대표는 '카더라 통신'을 여과 없이 '중계'한 것이다. 여당 대표 자격을 의심케 하는 가벼운 '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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