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정권일 때 미국은 진보
30년 동안 정치적 비동조화 반복
문재인-트럼프 궁합 비관적 시각
각 분야 전문가 지혜 모아 대처를
경제용어로 '커플링'(coupling)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는 '동조화'(同調化)라는 뜻이다. 한 국가의 주가나 금리 등이 상승 또는 하락할 때 경제적으로 밀접한 다른 국가 역시 비슷한 현상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반대의 경우 '디커플링'(decoupling)이라고 한다. 한국과 미국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커플링의 경우가 많다. 미국 주가가 오르면 우리도 따라 오르는 현상이 뚜렷하다. 우리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높고, 미국이 세계 자본시장을 지배하는 탓이다. 매일 아침 TV 뉴스에 뉴욕 월가의 자본시장 동향이 빠지지 않고 보도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혈맹'의 관계로 묶여 있는 두 나라의 정치적 동조화는 어떨까. 흥미롭게도 디커플링이다. 엇박자가 난다는 말이다. 미국에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반대로 한국엔 진보정권이 들어선다. 1987년 직선제 복원 이후 디커플링 현상이 거의 반복돼 왔다. 민자당 김영삼-민주당 클린턴, 민주당 노무현-공화당 부시, 새누리당 박근혜-민주당 오바마. 예외적이라면 민주당 김대중-민주당 클린턴, 한나라당 이명박-공화당 부시 정도. 이마저도 각각 2년과 1년 정도의 동조화에 그쳤다.
문제는 디커플링 시기 양국 간엔 미묘한 정치적 긴장감이 흐르곤 했다는 점이다. 김대중(DJ) 정부가 겪었던 미국과의 '롤러코스터 관계'가 대표적 사례. 클린턴의 전폭 지원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냉전구도를 허물 단초를 마련했다고 판단한 DJ. 2001년 미국에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자 서둘러 방미 길에 올랐다. 보수적인 부시를 설득, 북미 평화협정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마무리 지으려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시는 연로한 DJ를 'this man'(이 양반)이라 호칭하며 귀를 막았다. 그다음 해 고농축우라늄(HEU)에 의한 북한 핵개발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 1994년 체결된 북미 기본합의를 파기해버렸다. 북한은 우여곡절을 거쳐 2006년 제1차 핵실험으로 치달았다.
2017년의 민주당 문재인-공화당 트럼프 조합. 진보(한국)와 보수(미국)의 비동조화 관계다. 두 사람의 궁합에 대한 전망은 훨씬 더 비관적이다. "한국은 방금 반미(反美) 대통령을 뽑았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조쉬 로긴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미국 의회조사국 CRS는 양국의 불협화음을 점치기까지 했다. "두 나라가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전임 정부와 다르게 바꾸면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사드 발사대 추가 4기 반입 논란은 미국의 경계심을 한껏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트럼프, 두 정상 간 첫 만남이 불안한 이유가 순전히 한국만의 탓일까. 오히려 '트럼프 리스크'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전격 선언,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미국을 국제사회의 불량국가(rogue state)로 만드는 것이다." 전 유엔 기후변화 특별대사 메리 로빈슨의 비난은 전 세계의 우려를 대변한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아랑곳 않을 태세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바탕한 나름의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오직 미국 이익'을 위한 그의 행보에 백인 지지층은 열광한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트럼프의 일방통행은 일회성이 아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서의 안하무인, 지난 주말 런던 테러사건에 대한 무례 등이 되풀이된다.
결국 '장사꾼 트럼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상인적 현실감각'이 필수다. 군사에서 경제까지,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철저히 계산서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서생적 문제의식'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형태든, 결론은 한반도 평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당위 말이다. 이를 위해선 국민 절대다수의 지지를 모아야 한다. 한마디로 '총력 외교'. 한미 간 디커플링 시대, 그것만이 정답이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