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제 식구도 못 챙기면서 비정규직 철폐 외치는 민주당

문재인정부가 비정규직 철폐를 국정 운영 기조로 삼으면서 비정규직을 해소하자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사무처 직원들은 비정규직으로 방치돼 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오래전부터 이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도, 중앙당이 모른 체하고 있었던 점을 보면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대구시당 당직자 6명 가운데 5명이 비정규직이다. 사무처장 1명은 중앙당의 순환 보직으로 유일한 정규직이다. 경북도당 사정도 대구시당과 똑같다. 중앙당 당직자는 대부분 정규직이지만, 시도당 당직자는 비정규직으로 운영한다고 하니, 도대체 민주당의 정체성과 이념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들 당직자는 '파리 목숨'처럼 늘 신분이 불안하다. 시도당 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당직자들이 물갈이되다 보니,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은 남의 얘기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임대윤 대구시당 위원장이 취임한 뒤 3명의 당직자가 바뀌고 2명만 남았다. 내년에 시당 위원장이 바뀌면 다시 물갈이될 것이 뻔하니 제대로 일이 손에 잡히겠는가. 민주당은 힘없는 당직자를 착취해 온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적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수십 년 동안 계속돼왔는데도, 여전히 고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민주당이 '기득권 세력' '수구 세력'이라고 공격하는 자유한국당의 당직자는 대부분 정규직이다. 자유한국당은 시도당 당직자 12명 가운데 8명이 정규직으로, 시도당 위원장이라도 맘대로 해고할 수 없다. 민주당이 대구경북에서 왜 그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자기 식구도 챙기지 못하면서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는 것은 완전한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당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재정적 부담을 떠안으면 될 일을, 시도당 위원장에게 떠넘기고 지지 세력이 많지 않은 지역이라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은 적폐 중의 적폐다.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당직자 정규직화에 솔선수범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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