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갈마당에 노숙자 무료 급식소 등장

포주·지주 갹출한 돈으로 운영…市 '고사직전'에 맞서 자구책

7일 낮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집결지(일명 자갈마당)에 문을 연 무료 급식소에서 앞치마를 두른 여성들이 배식 준비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7일 낮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집결지(일명 자갈마당)에 문을 연 무료 급식소에서 앞치마를 두른 여성들이 배식 준비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시가 올 연말까지 중구 도원동 성매매집결지(일명 자갈마당)를 폐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자갈마당 지주와 포주들이 무료 급식소 설치, 재개발추진위원회 구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7일 문을 연 자갈마당 내 '도원동 노숙인 무료 급식소'에선 성매매 종사 여성 20여 명이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하게 식사 준비를 했다. 도원동 일대를 게토(ghetto'노숙인 등 빈곤층이 모여 사는 거주지구)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는 포주'지주들은 골목에 100여 개의 좌석을 마련했다. 이들은 갹출한 돈으로 대형 냉장고, 밥솥, 식기세척기까지 갖추고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마다 급식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홍보가 덜된 탓인지 이날은 100명 안팎의 어르신들만 이곳을 찾았다. 반면 언론의 취재 열기는 한껏 달아올라 일부 업주들은 "부담스러워서 밥 먹겠느냐"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주와 포주들은 최근 '도원동 2-3번지 재개발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출범시키는 등 이른바 '고사작전'을 피하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도 준비 중이다. 성매매 수익보다는 주택 개발에 따른 수익이 더 많다고 보는 지주들이 중심이 돼 자갈마당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1만4천여㎡ 규모인 자갈마당에는 70명 남짓의 지주가 있고, 세를 주거나 본인이 직접 영업하는 곳은 절반가량이다.

하지만 지주들의 이런 움직임이 단속을 피하려는 속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들은 이달 2일 있었던 대구시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본격적 민간 개발을 추진할 테니 단속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일단 단속 유예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한 대구시는 조심스럽게 지주들의 움직임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지주들의 말대로 주택개발이 본격화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중심상업지구인데다 역세권인 자갈마당은 개발가치가 충분하다"며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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