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이 돌아오는 안동 원도심] 9. 안동역사 이전부지, 원도심 활성화 중심지 탈바꿈②

중앙성 철도 부지 개발 "테마형 공간으로" vs "아파트 만들자"

중앙선 철로는 일제강점기 안동 사람들의 항일투쟁, 독립운동에 대한에 기상을 꺾고,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용 선생의 집인 임청각의 정기를 훼손하기 위한 역사 왜곡의 산물이기도 하다. 중앙선 이설이 안동지역 도심 활성화는 물론 역사바로잡기에도 큰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철로가 가로막고 있는 임청각과 국보 7층 전탑. 엄재진 기자
중앙선 철로는 일제강점기 안동 사람들의 항일투쟁, 독립운동에 대한에 기상을 꺾고,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용 선생의 집인 임청각의 정기를 훼손하기 위한 역사 왜곡의 산물이기도 하다. 중앙선 이설이 안동지역 도심 활성화는 물론 역사바로잡기에도 큰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철로가 가로막고 있는 임청각과 국보 7층 전탑. 엄재진 기자
철로가 도심을 가로지르면서 도시는 지하도와 고가도로로 연결되고 있다.
철로가 도심을 가로지르면서 도시는 지하도와 고가도로로 연결되고 있다.

오는 2020년 이설되는 중앙선 안동 구간 철로는 단절과 역사 왜곡으로 점철된 산물로 여겨진다. 1940년 일제(日帝)가 중앙선 전 구간을 개통하면서 철로를 도심 중간으로 가로질러 놓았고, 안동 도심은 반으로 갈라져 도시개발의 걸림돌이 됐다. 철로가 지나는 주변의 지역과 주택들은 개발에서 소외되면서 낙후상태를 숙명처럼 여겨오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가도로와 지하차도로 도시를 넘나드는 기형적 모습을 75년 이상 간직해오고 있다.

중앙선 철로는 일제강점기 안동 사람들의 항일투쟁, 독립운동에 대한 기상을 꺾고,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집인 임청각의 정기를 훼손하기 위한 역사 왜곡의 산물이기도 하다.

중앙선 이설이 안동지역 도심 활성화는 물론 역사 바로잡기에도 큰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중앙선 이설을 둘러싼 철로'역사부지 개발과 활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선 이설, 민족정기'역사 바로세우기 본격화

'독립운동가'이자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집인 '임청각'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끊어놓기 위해 상당 부분을 철거한 뒤 이 터에 철도를 건설, 원형을 파괴했던 대표적 역사왜곡 현장으로 남아 있다. 오는 2020년 중앙선 철로의 완전한 이설에 따라 임청각 복원 문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이미 지난 2015년 문화재청은 안동 법흥동 임청각과 남원 읍성 북문, 강릉대도호부 관아 등 문화재들의 원형을 복원하는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모두 314억원(국비 239억원)이 투입된다.

안동 임청각(보물 제182호)은 형조좌랑을 지낸 이명이 1515년(중종 10년)에 건립했다. 석주 이상룡 선생은 경술국치를 당한 이듬해인 1911년 1월 5일, 선조들의 위패를 땅속에 묻고 전 재산을 정리한 뒤 가족들을 이끌고 만주 서간도 망명길에 올랐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냈다. 임청각은 영남산 동쪽 기슭에 앉아 낙동강을 바라보는 명당(배산임수)에 남향해 자리 잡고 있다. 99칸 규모의 고성 이씨 종택으로 일제는 1940년 경경선(현 중앙선) 개통 당시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채를 강제 철거, 현재 규모로 줄어들었다.

권기창 안동대 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제는 민족 독립운동가들이 다수 출생한 집이라 해서 임청각 앞으로 철로를 놓아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건물을 철거했다"며 "중앙선 철로 이설로 임청각의 원래 모습을 복원, 순국열사들의 기나긴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고 새로운 역사를 설계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앙선 철로와 역사부지, 문화'관광형으로 개발해야

안동시와 안동상공회의소는 8일 안동시민회관 소공연장에서 '지역경제 및 상권 활성화를 위한 철도부지 활용방안 모색 정책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도시개발 및 문화관광 전문가들은 물론, 역사부지 개발과 직접적 이해관계에 있는 지역상인 단체에서도 참가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권기창 교수는 "중앙선 이설로 발생되는 철로와 역사부지는 가장 기본이 문화'관광형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다양한 문화관광

콘텐츠를 담아 안동 관광의 랜드마크로 만들고, 임청각과 역사 주변 문화재 등을 아우르는 새로운 역사만들기 체험장으로 활용되도록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권 교수는 안동시가 일부 역사부지를 주거공간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권 교수는 "이미 안동 역사부지 부근, 낙동강변에는 1천여 가구 아파트 단지 2곳이 준공된 상태고, 2천여 가구 단지 2곳이 건립될 예정이다"며 "이런 가운데 안동역사부지에 또다시 아파트를 지을 경우 도심의 아파트 장벽으로 스카이라인이 무너지면서 낙동강과 도심의 또 다른 단절화를 초래하게 된다"고 했다.

권 교수는 안동역사에 들어선 시설물들을 그대로 살린 '철도 향수 체험 공간'과 '철도 역사 체험 공간' 등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일바이크와 철로 주변 자전거 도로, 철로 나들이길을 조성하고, 꽃 피는 기차터널과 호텔'카페'노래방'찜질방 등 추억과 향수를 달랠 수 있는 테마형으로 가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증기기관차와 비둘기호, 통일호 객차를 비롯해 무궁화호, 새마을호, KTX 등 기차의 발전 역사를 한눈으로 살필 수 있도록 해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꿈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건립'철도교육시설'자유 공간으로 등 의견 다양

이날 패널로 참석한 토론자들도 철도부지 개발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아파트 건립과 철도교육시설 유치, 자유로운 공간으로 버려두자는 등 지역 최대 도심 개발부지를 둘러싼 입장들이 다양했다.

우선 부지 개발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받게 될 문화의 거리 상인회 전성열 회장은 "도심 재생의 기본은 사람들이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떠나면서 도심 상권이 몰락하고, 도심 기능이 쇠퇴하는 것"이라며 "역사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우선 사람들이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안동은 기존에 개발해 놓은 관광자원과 공원 등이 충분하다. 이를 잘 연결만 해도 관광 인프라는 충분하다"고 했다.

이와 달리 안동지역 상인 전체 의견을 반영해 발표한 신현하 안동시 상인연합회장은 "테마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탈춤축제나 체육행사 등이 있을 때면 구시장과 신시장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역사부지가 테마형 공원으로 조성돼 관광객들이 몰리면 상권 활성화로 직결될 수 있다"고 아파트 건립에 반대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도 제각각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정호 경북대 생태환경관광학부 교수는 "도시재생 차원에서 테마가 있는 파크로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러 나라 도시들의 추세도 그렇다. 도심지역 경우 기존의 것을 허물어내고 아파트를 짓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김병수 가톨릭상지대 교수는 "철도교육기관 유치가 필요하다. 국내 철도역사는 117년이다. 고속철을 운영하는 세계 5개국에 들어갔고, 철도운영기관도 20여 개나 있지만, 마땅한 철도교육 훈련기관이 없다"며 "이 기회에 철도 역사와 기술을 제대로 가르칠 전문 교육훈련기관 유치나 건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영록 안동대 교수 "걱정은 개발이 과연 능사인가 하는 것이다. 안동시가 숱한 박물관 등을 조성해두고 있지만, 관광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선 국민노래로 알려지고 있는 '안동역에서'를 활용해 '첫눈은 곧 안동역 만남' 등 스토리텔링화 하고, 황톳길과 실개천 조성과 맨발걷기, 개발되지 않은 유휴부지를 존치시켜 다양하게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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