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역사와 문화재에 눈을 뜬 것이 공직생활과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청도군 문화관광과 임형수(57) 주무관은 요즘 청도읍성 복원 사업에 나서 땀이 마를 날이 없다. 군에서 읍성 복원사업을 시작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지난 2005년부터 나선 일이다. 당시 읍성 성벽은 집벽, 밭둑, 논둑 등으로 그나마 모습이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방치하면 도로나 집터로 변할 상황이었다. 군은 곧바로 국비 확보 작업과 함께 복원사업을 진행했다. 그 덕분에 최근 청도읍성은 복원사업의 70, 80%가 발주돼 제 모습을 찾고 있다. 인근 석빙고 등 유적지와 성벽 일대 잔디밭은 나들이 명소로 변했다. 임 주무관은 "지적도와 도로 관련 국토부 자료 등을 뒤져 등기를 확인하고, 군에서 적극 사업을 지원해 읍성 모습을 되찾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학예사나 역사 전공자가 아니다. 시설관리직 공무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20년 가까이 문화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1999년 우연한 기회에 청도 역사에 빠져들게 됐다.
"공무원 선배가 화양읍 남산계곡 바위에 새겨진 금석문을 한 번 찾아보라고 권유했죠. 그때부터 한자 공부를 시작했고, 청도 군지를 외우다시피 훑어보고, 옛 역사서와 불교문화재도 공부했습니다."
박물관과 불교대학 강좌도 놓치지 않았다. 청도향토사학회에 가입해 지역 답사를 다니며 역사서의 현장을 확인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은 물론 대학교수를 찾아다니며 묻고 또 물었다. 사람을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전문가들에게 달라붙었다. 문화재의 가치에 눈을 뜨고부터는 오히려 시간이 부족했다. 퇴근하면 다음 날 오전 2, 3시까지 책을 붙들고 살았다.
청도박물관도 그의 손끝에서 출발했다. 애초 민속자료실로 시작했으나 지역에 산재한 유물을 수집하다 보니 박물관으로 충분히 승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북도 및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거쳐 결국 박물관으로 개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는지 자녀 셋 모두 전통건축, 문화재 보수 등과 관련된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보냈다. 큰딸 세진, 작은 딸 혜림, 막내 아들 정호 씨까지 나란히 이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측은 자녀 셋을 모두 우리 대학으로 보내줘 감사하다며 전통문화가족상을 수여했다.
"큰아이가 고3이 되면서 진로를 걱정할 때 시험을 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서울 유명 사립대 수시전형에도 합격했지만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등 결국 자녀들이 아버지를 도와준 셈입니다."
그에게는 아직 꿈이 있다. 고대 국가 이서국의 실체를 확인시켜줄 대형 고분을 유독 청도지역만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남면 옥산리 옥산토기요도 문화재로 지정받아 발굴조사를 하면 각종 유물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다. "화양읍 범곡리 지석묘 인근 낮은 동산 등의 발굴에 한번 도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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