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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안 되고 임대료는 높고"…동성로·광코 상권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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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주요 상권 빈 상가 즐비…젊은이 발길 '뚝'
각종 지원·활성화 사업에도 침체 여전
전문가 "문화 및 쇼핑 복합 향유공간 대책 될 수 있어"

13일 대구 중구 동성로 빈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3일 대구 중구 동성로 빈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3일 낮 중구 동성로 일대 거리가 빈 상가 등으로 텅 비어있는 모습. 김지효 기자
13일 낮 중구 동성로 일대 거리가 빈 상가 등으로 텅 비어있는 모습. 김지효 기자
13일 낮 달서구 광장코아 및 인근 시장에 빈 상가 앞에 좌판이 깔린 모습. 김지수 기자
13일 낮 달서구 광장코아 및 인근 시장에 빈 상가 앞에 좌판이 깔린 모습. 김지수 기자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로 대구의 중심 상권들이 몰락한 채 명성을 잃고 있다. '젊음'과 '만남'의 장소로 손꼽히던 중구 동성로와 대표적인 주거·상업 복합 지역이었던 달서구 광장코아 일대는 빈 상가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지 오래된 모습이었다.

◆발길 끊긴 '대구 대표 상권' 가보니

13일 정오 쯤 방문한 대구 중구 동성로. 가게들은 3곳에 한 곳 꼴로 임차인을 구하고 있었고, 마주본 가게 모두에 임대 현수막이 붙은 곳도 있었다. 카페와 옷 가게, 식당 등 다양한 업종의 점포가 어려운 경기 영향으로 문을 닫은 채였다. 유명 의류 브랜드 매장도 손님 하나 없이 한산한 모습에, 대기줄이 있는 식당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빈 상가에는 화려한 조명과 큰 음향을 뽐내는 무인 뽑기방이 들어와 사람들의 입장을 바라고 있었다.

동성로에서 인기 브랜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점장 채모(30) 씨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작년 대비 매출이 20~30% 가량 떨어졌다고 느낀다. 신발보다는 의류 수요가 특히 많이 줄었다"며 "브랜드 제품은 SNS 홍보가 잘 되는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많이 구매하는 듯하다. 의류 뿐만 아니라 불경기로 상권 자체가 많이 죽었다"고 말했다.

개인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29) 씨는 "주변 상가들이 문을 많이 닫았는데, 장사는 안 되고 임대료는 높은 영향으로 보인다"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절반 넘게 줄었다. 중동전쟁 영향도 받고 있고, 불경기다보니 소비가 움츠러든 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최근 대중교통전용지구에 그릇 가게를 오픈했다는 박모(59) 씨는 "모던과 빈티지가 공존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세 달 전 임대차 계약을 해서 이곳에 들어와 영업을 시작했다"며 "주변에 닫은 가게도 많고 기대했던 매출보다 30%는 덜 나오고 있는데,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내려가면 회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두류동 광장코아 일대 젊음의거리. 주로 식당가들이 들어서 있는 일대는 점심시간이 한창이지만 영업을 하는지 알 수조차 없을 정도로 거리는 한산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무인 뽑기방, 스티커사진 매장, 테이크아웃 전용 카페 매장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이곳 가게들은 음악을 틀어놓고 불빛을 번쩍이고 있었지만 행인들의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 맥주가게, 고기집, 선술집, 포차, 토스트집 등 대부분이 문을 닫은 채였고 불 꺼진 상점 앞 도로는 무단 주·정차 차량들만 방치돼 있었다.

몇몇 음식점이 모여 대형 주차장을 갖춘 채 형성된 식당가 역시도 주차장은 빈 자리가 많았다. 대형 음식점임에도 불구하고 '1인 손님 환영', '1인 식사 가능' 등 안내를 내걸어두기도 했다.

광장코아 내 한 상가 주차장 관리인 김모(60대) 씨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젊은 인구 자체가 거리로 나오지를 않는다. 요즘은 밤에도 사람이 없어 거리가 텅 비어있을 때가 많다. 그나마 금, 토요일 저녁에나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달구벌대로와 맞닿은 광장코아 초입 고층 건물만 해도 2, 3년째 안 나가고 있는 공실도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가게들도 점심 손님이 없어 점심 영업을 안 하고 저녁 술 장사만 하는 가게가 많다"고 했다.

◆높은 공실률…대낮에도 불 꺼진 상가들

최근 들어 중구 동성로와 달서구 광장코아 일대 공실률은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지역별 공실률(소규모상가)에 따르면 동성로중심지역은 ▷2024년 3분기 11.1% ▷2024년 4분기 11.1% ▷2025년 1분기 13.4% ▷2025년 2분기 13.4% ▷2025년 3분기 11.5% ▷2025년 4분기 15.0%로 나타났다.

광장코아가 있는 두류감삼역 일대 공실률은 ▷2024년 3분기 2.1% ▷2024년 4분기 2.1% ▷2025년 1분기 1.5% ▷2025년 2분기 3.2% ▷2025년 3분기 6.3%% ▷2025년 4분기 4.6%로 집계됐다.

동성로 한 부동산에서 근무하는 공인중개사 최정섭 씨는 "주말에 놀장도 하고, 최근에 임대료도 절반 가까이 내려가서 1층은 나가는 편인데 3~4층은 한번 빠지면 안 들어온다. 18~20% 정도를 공실로 보고 있다. 메인 도로보다는 외곽쪽으로 공실이 많이 보인다. 여시골목쪽 보세 의류가게들이 많이 빠졌다. 학생들도 더는 여기서 옷을 사지 않고 무신사 등 대형샵으로 가서 산다고 본다. 보세 옷가게보다 원단도 좋고 가격도 더 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카데미 골목 쪽에도 공실이 많다. 여기가 원조 보세 골목이었는데 4~5년째 공실이 많다.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개체가 없다. 불도 일찍 꺼지고 있다"고 했다.

광장코아 일대에 24년간 거주해온 공인중개사 정모(42) 씨 역시 "일대 상가 공실 매물만 10개 이상이다. 예전에 한창 활기를 띨 때는 공실 자체가 없었고, 생기더라도 바로바로 나갔다. 현재는 1년 동안 빈 채로 있는 곳도 있다"면서 "10~20년 전에는 권리금 1억~1억5천만원은 예사로 불렀지만, 지금은 5천만원에도 안 들어오려는 곳이 많다. 아예 무권리금이라면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수십년 장사를 해온 상인들 입장에선 권리금을 받지도 못하고 나가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요즘은 원룸가 빈집도 많고, 주택 2층에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집주인들도 많다"며 "도시 외연이 확장되고 원룸 말고도 다양한 거주 선택지가 생기면서 과거 중심부로 자리매김했던 주요 지역 거주인구와 유동인구가 함께 분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각종 상권 활성화 사업에도 침체 여전…대책은?

중구 동성로와 달서구 광장코아 일대는 중소벤처기업부 상권 활성화 공모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각종 지원을 비롯한 부흥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침체된 상권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구는 지난 2023년 중기부 공모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동성로상권활성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4~2028년까지 5개 연도에 걸쳐총사업비 60억원(국비 30억·시비 15억·구비 15억)을 투입해 동성로 상업지구 706개 점포를 지원한다.

달서구는 이보다 한 해 앞서 지난 2022년 중기부 상권활성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2023~2027년까지 '두류젊코상권 르네상스사업'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 80억원(국비 40억·시비 20억·구비 20억)을 투입해 두류젊음의광장, 신내당시장 및 상점가, 두류먹거리타운, 두류지하상가 등 735개 점포를 지원한다.

경기 침체에 소상공인 수는 소폭 증가했다. 높아지는 실업률에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이 늘어난만큼 회사에 고용되기보다는 자영업쪽으로 눈을 돌리는 구직자들이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급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실업급여 지급액은 2021년 14조4천200억원에서 2024년 15조1천700억원으로 늘었다. 대구의 실업급여 지급액도 2022년 약 6천743억원에서 지난해 7천359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43만8천여명에서 44만6천여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5년간 실업 상황에서도 국가데이터처 2월 기준 고용동향에 따르면 대구의 2026년 청년층 실업률은 7.7%로 2024년 6.5%보다 1.2%포인트(P) 증가했다.

이에 반해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에는 전국 412만7천개 기업체에 728만2천명이 종사했지만 2024년에는 613만4천개 기업체에 961만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구 역시 2020년 20만3천개 업체에 35만2천명이 종사하는 데 그쳤지만 2024년 27만5천개 업체 44만8천명이 종사하는 등 업체와 종사자 수는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커지는 소상공인 규모와 사회 변화를 감안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와 달리 젊은 인구 비중이 줄고 인구·사회학적 구조가 달라진 상황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한 공간에 모으고, 여러가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적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정인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경제활동에 치중하는 인구 층이 대폭 줄어버린 게 가장 큰 문제다. 온라인 위주로 소비활동 패턴도 변한 상황에서 수십 년전처럼 오프라인 상점은 영업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대규모 복합 문화 쇼핑몰 형태로 문화와 쇼핑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근처만 하더라도 공연을 보러 가서 인근에서 즐길만한 게 없다. 재개발 공사 현장이나 주상복합아파트가 대부분"이라며 "서울의 경우 세종문화회관 주변에 고택이나 오래된 음식점 등 볼 거리, 즐길 거리가 주위에 함께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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