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식당 참새의 지혜

"참새요? 참새들이 그리 영리한 줄 몰랐어요."

대구 도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의 참새 자랑이다. 사연은 이렇다. 식당을 시작할 때 마당의 나무에 참새 6, 7마리가 놀았다. 먹이를 주었다. 변화는 그때부터 나타났다. 날아오는 참새가 늘었다. 20, 30마리가 되더니 급기야 대충 계산해도 100마리가 넘었다. 많이 날아오면 150, 160마리쯤 됐다.

그런데 참새들의 행동이 예사롭지 않았다. 먹이에 맞춰 하루 세 차례 오전 10시, 오후 2시, 저녁 무렵 날아들었다. 먹이가 없으면 식당 유리창을 부리로 쪼아대기도 했다. 처마 밑 여기저기 참새 똥이 묻은 것은 그래서였다. 무리 지어 오는 참새 떼 종류도 조금씩 달랐다. 좀 더 작은 새끼 같은 참새부터 더 큰 참새 등으로 크기가 차이 났다.

놀라운 일은 또 있다. 짓궂은 지인이 참새를 잡으려고 마당에 소쿠리 같은 그릇을 두고 함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참새들이 아예 마당에 얼씬도 않았다. 소쿠리 아래 먹이를 뿌려도 외면했다. 결국, 참새잡이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주인의 결론이 그럴 듯하다. "먹이를 나눠 먹으려 다른 참새들까지 불러들인 것 같아요."

식당 주인의 말을 종합해서 참새의 행동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면 엉터리일까. '주인이 매일 일정 시간에 주는 먹이는 믿고 먹어도 된다. 다른 참새들과 같이 먹어도 됨직하다.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이다.' 즉 식당 참새의 지혜는 '주인에 대한 믿음으로, 다른 동료 참새들과의 정보 및 먹이의 공유였다'고.

참새는 나라 전역에 사는 텃새다. 그러나 흔히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인용되거나 쓰이기 일쑤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눈치가 참새 방앗간 찾기다' 는 식이다. 이익을 좇고 눈치가 빠름을 빗대기도 한다. 더한 비아냥도 있다. '참새 머리', '참새 지능(아이큐)'과 같은 말이다. 머리가 나쁘고 비었다거나 생각 없음을 뜻할 때 던지는 속된 말이다.

지금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깨끗하고 유능하다고 내세운 인물의 숱한 의혹들이 자고 나면 세상 밖 나들이다. 상당 부분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의혹의 공통은 가진 자리와 위세로 저 혼자만 좀 더 나은 뭣을 먹고 누리자고 한 짓거리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그런 의혹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까. 자리에 연연한 당사자나, 굳이 자리에 앉히겠다는 사람도 문제다. 많고 널린 것이 인재이거늘. 누가, 참새를 나무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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