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들 보는데…유치원 건물인도 강제집행

계약만료 이권 문제로 다툼, 30여명 몰려와 집기 들어내…원아 70명 불안에 떨어

지난 12일 궁전유치원 건물인도 강제집행이 진행돼 유치원생들이 불안에 떨었다. 학부모 제공
지난 12일 궁전유치원 건물인도 강제집행이 진행돼 유치원생들이 불안에 떨었다. 학부모 제공

대낮에 유치원생들이 보는 앞에서 어른 30여 명이 '유치원 건물인도 강제집행'을 하며, 물건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포항에서 벌어졌다. 지난 12일 오후 1시 30분쯤 법원 집행관 등 인력 30여 명이 포항 북구 두호동 궁전유치원에 몰려와 3층 건물 내 교무실 등의 집기를 밖으로 들어냈다.

당시 유치원 1, 2층에는 원아 70여 명이 수업을 받던 중이었다. 집행관 등은 원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시간 동안 열쇠'전화선 교체 등을 했고, 원장과 이사장은 건물 근처에 가지 못하도록 저지당했다. 연락을 받은 포항교육지원청 유치원 장학사가 현장에 나와 "아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학습권을 지켜야 한다. 당장 멈춰달라"고 항의했지만, 이들은 장학사에게 "공무집행방해죄로 걸겠다"며 강제집행을 계속했다.

이날 사태는 유치원을 둘러싼 어른들의 이권다툼이 원인이었다. 1997년 궁전유치원을 설립한 A씨는 2010년 유치원을 팔기로 하고, 근처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B씨와 매매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사립학교법이 유치원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안 B씨는 A씨와 논의해 보증금과 월세를 내기로 하는 5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러던 중 계약이 완료되는 2015년 2월이 다가오자 A씨와 B씨 간에 다툼이 생겼다. A씨는 '계약해지'를 원했지만 B씨는 "일방적 계약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모든 사정을 알고도 불법인 매매'임대를 하고자 했기에 우리가 사기를 당했다"며 거부했다.

이 다툼은 법정소송으로 번졌고, 지난해 9월 대구지법 포항지원 1심, 지난 1일 대구지법 제2민사부 2심 판결까지 거쳤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B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에게 부동산을 인도하라"며 "A씨가 B씨 명의로 유치원이 이전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A씨는 B씨와의 갈등을 끝내고자 지난 12일 강제집행에 들어가게 됐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람들이 이권 문제로 이런 짓을 벌였다는 점이 용서되지 않는다. 무서워서 유치원에 들어가지 못하겠다고 우는 아이도 있다"며 "어른들 문제에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해달라. 아이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적극 나서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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