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레나도, 성정 만큼 좋은 성적 보여줘"…삼성 코칭스태프 '레나도 딜레마'

국내 선수와 잘 어울리고 아동센터 자비 초청 등 '미담'…선발 출전 5경기 중 1승만

삼성 라이온즈의 앤서니 레나도가 1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 직전 소아암을 앓고 있는 박예은 양과 함께 시구를 하고 있다. 레나도는 구단을 통해 박 양을 시구자로 초청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앤서니 레나도가 1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 직전 소아암을 앓고 있는 박예은 양과 함께 시구를 하고 있다. 레나도는 구단을 통해 박 양을 시구자로 초청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성정(性情)은 참 좋은 데 성적이 문제다.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 얘기다. 착한 심성을 가진 레나도는 팀에 잘 녹아들었다. 하지만 좀처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삼성 코칭스태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몇 시즌을 따졌을 때 국내 최고의 투수는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삼성의 천적'인 니퍼트는 2m가 넘는 키에서 내리꽂는 강속구와 안정된 제구로 KBO리그를 평정한 투수. 특히 삼성에겐 악몽 같은 존재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뛴 6년 동안 삼성전에 24회 등판해 15승 2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했다.

삼성은 지난 시즌 후 105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 레나도의 손을 잡았다. 2m가 넘는 키에다 시속 140㎞ 후반대의 패스트볼을 던지고, 제구도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삼성은 내심 레나도가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외국인 동료인 다린 러프, 재크 페트릭과 마찬가지로 레나도도 좋은 성품으로 국내 선수들과 잘 어울렸다. 주변을 돌아보는 시선도 따뜻하다. 18일엔 소아암을 앓고 있는 박예은(8) 양을 초청, 시구를 할 수 있게 배려했다. 박 양 외에 경주 양북지역아동센터를 드나드는 어린이 17명도 자비로 야구장에 초청했다.

레나도는 "조카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어 평소 어린이 환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게다가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도 야구를 관람할 기회를 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동료들과 잘 지내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도 앞장서니 구단으로서도 반갑다. 문제는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 가래톳 부상으로 뒤늦게 팀에 합류했는데 아직 위력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올 시즌 5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5.56에 머물고 있다. 이 가운데 6이닝 이상 소화한 적도 없다.

삼성은 '강력한 제1선발'이 필요하다. 페트릭, 윤성환, 우규민, 백정현이 대체로 잘 해주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제구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강점을 가진 투수들이다. 레나도가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 그의 모습은 팀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17일 SK 와이번스전(10대14 패)에서도 2와 1/3이닝 4피안타(2피홈런) 2실점으로 부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한수 감독도 답답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 김 감독은 "17일엔 레나도의 구위가 급격히 떨어져 승부수를 띄우려고 일찍 교체했다. 부상 부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좀처럼 구위가 좋아지지 않고 있다"며 "아직 2군에 내릴 생각은 없다. 한두 번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삼성은 4월 4승에 그치는 등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5월 이후 조금씩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 아직 시즌은 절반 이상 남아 있다.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시즌 막판까지 버틸 수 있다. 그리되려면 레나도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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