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치킨값 단상

개의 가축화에 대한 통설(通說)은 인간이 야생 늑대를 포획해 길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대 진화생물학의 연구 성과에 의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는 인간이 먼저 늑대에게 접근한 것이 아니라 늑대가 먼저 인간에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야생 늑대 개체 중 일부가 스스로 가축화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지난 2009년 늑대의 가축화는 1만6천 년 전 중국 양쯔강(揚子江) 남쪽에서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스웨덴 왕립과학원 페터 사볼라이넨 박사는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야생 늑대 중 일부 개체가 인간 주변에는 인간이 먹다 남은 음식이 있음을 경험으로 알게 되면서 스스로 인간에게 찾아왔고, 이 중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 유순하고 붙임성 있는 개체를 인간이 길들였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이 개를 가축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볼라이넨 박사에 따르면 최초의 이유는 개를 먹기 위해서였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재미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개의 가축화는 개와 인간의 호혜적 거래의 결과라는 것이다. 개는 먹이 경쟁을 벌이지 않고도 먹이를 얻을 수 있어서 좋고, 인간도 음식 쓰레기만으로 중요한 단백질원을 확보할 수 있어 이득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개의 입장에서는 결국 자신의 생명을 인간에게 내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불리함에도 개와 인간의 거래가 성사됐던 이유로 진화심리학은 그 거래의 궁극적 수혜자는 개의 유전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개는 인간에게 자신의 고기와 가죽을 내주는 대신 먹이는 물론 살아있을 동안 인간의 보호와 안전한 번식 기회를 보장받는다. 이는 유전자가 안전하게 보존돼 복제본을 후대에 전하는 데 최고의 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개의 가축화에 숨은 비밀은 다른 모든 동물의 가축화에도 해당된다는 게 진화심리학의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킨값 인상과 관련해 현장 조사에 착수하자 BBQ 등 유명 치킨업체들이 인상했던 가격을 원래대로 내리거나 인상계획을 철회하겠다며 납작 엎드렸다. 지갑 얇은 서민으로서는 치킨값 부담이 커지지 않아 좋지만, 과밀 경쟁에 허덕이는 가맹 점주들은 수지를 맞추는데 애를 먹을 것 같다. 치킨 가맹 본사와 가맹 점주, 그리고 소비자 사이에 야생동물 가축화 같은 '윈-윈' 거래의 모색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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