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드라마·영화 촬영 1번지 문경] 조선시대 왕·왕비도 체험…과거길엔 매년 500만명 거닐어

사극 촬영의 원조, 문경새재오픈세트장 유명 작년 촬영료 수입 2억 넘어

문경새재오픈세트장 내 사정전에 마련된 용상체험장은 관광객이 조선시대 왕과 왕비가 되어보는 체험시설이다. 오픈세트장 내 최고 명소로 한 해 9만 명이 왕과 왕비로 변신한다. 문경시 제공
문경새재오픈세트장 내 사정전에 마련된 용상체험장은 관광객이 조선시대 왕과 왕비가 되어보는 체험시설이다. 오픈세트장 내 최고 명소로 한 해 9만 명이 왕과 왕비로 변신한다. 문경시 제공
지난달 31일 첫 방영된 KBS 드라마
"죄인의 주리를 틀어라." 문경새재오픈세트장에 설치된 옛 관아 모습 재현에 관광객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
지난달 31일 첫 방영된 KBS 드라마 '7일의 왕비'가 문경새재오픈세트장에서 촬영되고 있다. 문경시 제공

"누구나 한 번쯤은 타임머신을 타고 오백 년이나 천 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상상을 한다."

잠깐 현실을 잊고 과거로 돌아가 옛 정취에 흠뻑 빠지고 싶은 곳을 찾는다면 '문경'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매년 500만 명 이상이 문경에서 과거 길을 거닐면서 '고려인', '조선인'이 되는 체험을 한다. 올여름 '현대인'이라는 찌든 옷을 벗어 던지고 문경에서 용상에 앉아 조선의 임금과 국모를 경험해 보는 것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

◆드라마'영화 촬영 1번지 문경새재오픈세트장

'드라마와 영화 촬영' 하면 '문경'이란 수식어가 붙듯 문경은 국내 드라마 및 영화 촬영의 메카다.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은 국내 사극 촬영의 원조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방송공사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을 촬영하기 위해 17년 전인 2000년 2월 문경새재 1관문 용사골에 건립했다. 문경새재의 조령산과 주흘산의 산세가 고려 수도 개성의 송악산과 흡사할 뿐만 아니라 옛 길이 잘 보존돼 있어 사극 촬영장으로 최적이었기 때문.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은 8년의 고려시대를 끝내고, 2008년 4월 '조선'을 열었다. 7만㎡ 부지에 광화문, 교태전, 동궁, 서운관, 궐내각사, 양반집 등 103개 동과 초가집 22개 동, 기와집 5개 동 등 130개 동의 국내 최대 규모로 옷을 갈아입었다. 이후 국내에서 가장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에서 제작되면서 연간 50만 명이 찾던 문경새재는 지금은 매년 50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민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픈세트장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촬영장 내 사정전에 마련된 용상체험장은 왕과 왕비의 궁중 복식을 갈아입고 조선시대 왕과 왕비가 돼 보는 체험시설이다. 한 해 9만 명이 다녀갈 정도다.

문경은 전국 최고 드라마 촬영장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2013년부터 '문경관광진흥공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문경관광진흥공단은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해 오픈세트장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고 있다. 수탁 운영 1년 만인 2014년 드라마 '징비록'과 영화 '역린' 등 15개, 2015년 '밤을 걷는 선비'와 '고산자 대동여지도' 등 13개, 2016년 '육룡이 나르샤'와 '임금님의 사건수첩' 등 14개, 올해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과 '대립군' 등 9개의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했다. 이 때문에 문경시민들은 웬만한 탤런트와 영화배우를 직접 보는 것이 일상화됐을 정도다. 방송사 로고가 붙어 있는 수많은 촬영차량이 오가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주변 식당가는 그들이 음식을 먹고 남기고 간 수많은 사인이 식당 내 곳곳에 붙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일 촬영료 100만원씩 문경 경제 효자

오픈세트장은 방송사와 영화사로부터 하루 100만원씩의 촬영료를 받아 문경 경제에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문경시는 지난해 2억1천500만원의 촬영료 수입을 올린 것은 물론 방송사의 드라마 촬영이 이어지면서 입장객도 늘어 지난해에는 오픈세트장 입장료 수입 3억8천800만원, 용상체험장 수입 8천300만원 등 6억8천6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같은 드라마 제작 덕분에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 가족 단위 관광객, 대규모 촬영팀들로 인해 지역 음식'숙박업소들의 매출도 해마다 늘고 있다.

이곳 음식점 등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두고 세무 당국은 한때 지난 수년간 매출을 누락 신고했다는 의심을 가지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에는 부가가치세를 수정 신고해 달라는 통지서를 업주들에게 일제히 발송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의 완결판은 바로 '홍보관'이다. 문경시는 지난 2월 전국 최초로 2000년 이후 17년간 오픈세트장에서 촬영한 대하드라마와 영화 등 200여 편의 영상물과 기록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홍보관을 열었다.

홍보관은 용상체험장에 이어 오픈세트장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20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를 디지털 앨범으로 볼 수 있는 영상시설과 촬영장 건립 과정 및 촬영 전경이 담긴 사진, 주요 촬영에 사용된 소품 등을 중심으로 꾸몄으며 방문객을 위한 디지털 방명록과 드라마 주인공을 배경으로 한 사진찍기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은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문경전통찻사발축제장으로도 활용되고 있고, 올해 축제 기간에만 25만 명 이상이 찾았다.

◆종합선물세트, 가은오픈세트장과 영상테마파크 및 어드벤처시설

문경시 가은읍 석탄박물관 옆에 있는 가은오픈세트장은 문경새재오픈세트장만큼 유명하지는 않다. 규모도 문경새재오픈세트장에 비해 작다. 하지만 색다른 재미가 있다. '종합선물세트'라고 할까.

가은오픈세트장과 인근 석탄박물관은 물론 2018년 오픈 예정인 '녹색문화상생벨트'의 영상테마파크 및 어드벤처시설도 한꺼번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녹색문화상생벨트는 백두대간의 수려한 생태자원과 영상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생태에너지'환경테마 휴양문화공간이다. 석탄박물관 바로 옆에 조성 중인 이 사업은 지난 2011년부터 총 1천11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현재 공정률 70%를 보이고 있다.

전시'영상 체험시설과 포레스트 어드벤처시설로 나뉘는데, 전시'영상 체험시설은 방문객이 직접 배우와 감독, 연출이 돼 '나만의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공간이다. 포레스트 어드벤처시설은 루지와 짚와이어 등을 오픈세트장과 연결해 환상적인 모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시설로,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섰다.

가은읍은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탄광 마을이었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철길과 역이 그대로 남아 있고, 지금은 철로자전거가 설치돼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가은오픈세트장은 초입 모노레일부터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산꼭대기에 있는 오픈세트장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기 때문이다. 매표소와 제1촬영장까지 연결하는 모노레일은 전망용으로도 인기 만점이다.

연개소문, 대왕 세종, 천추태후, 근초고왕 등 사극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이곳에는 3개의 촬영장이 있다. 제1촬영장이 주 촬영장이며 고구려궁, 신라궁 등 궁궐부터 초가집, 실제 크기의 웅대한 성문이 있다. 제2, 3촬영장은 고구려와 신라시대의 성과 성 안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꾸며져 있다.

녹색문화상생벨트가 문을 여는 2018년이면 관광객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문경은 대한민국 1등 체류형 관광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2018년 가은오픈세트장 일대가 새 옷을 갈아입으면 문경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영상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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