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모(35) 씨는 얼마 전 더위를 먹은 여섯 살 아들을 돌보느라 진땀을 흘렸다. 때 이른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아이는 유치원 야외활동으로 6시간 동안 바깥에서 뛰어놀았다. 피곤했던지 저녁식사도 거르고 일찍 잠자리에 든 아이는 새벽에 일어나 구토를 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아이는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고 다시 쓰러지듯 잠들었다. 한 씨는 "다행히 열이 나거나 경련을 일으키지 않아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며 "물을 충분히 먹이면서 푹 쉬게 했더니 이틀 뒤에야 기운을 차렸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름철 우리 몸은 더위와 사투를 벌인다. 높은 기온에도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하루 2ℓ가량 땀을 흘려 몸을 식힌다. 체내의 열을 적절하게 방출하는 '열 순응' 작용 덕분이다. 이 같은 열 순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기운이 빠지고 식욕이 떨어지면서 '더위 먹은' 증상이 나타난다. 또 열 순응 과정에서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과 인슐린 분비가 늘어 면역력이 떨어지고 탄수화물 대사에 지장을 받게 된다.
1. 단백질 함량 많은 보양식으로 기력 회복
과도한 열에 노출 땐 인슐린 분비 증가
당뇨병 있는 경우엔 증상 악화 될 수도
채소'과일'생선 섭취로 면역력 올려야
여름은 당뇨병이 악화되기 쉬운 계절이다. 우리 몸이 과도한 열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과 교감신경계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의 농도가 높아진다. 이때 간이 당 생성을 늘리면서 혈당이 높아지고 인슐린 분비가 증가해 고인슐린 상태가 된다.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면 고인슐린 혈증이나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지고, 기존에 당뇨병이 있는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여름에는 고칼로리 식단을 자제하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특히 혈당을 높이는 흰쌀밥, 빵, 떡, 과자 등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콩, 생선, 살코기 등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날씨가 더워지면 에너지 대사량이 낮아지므로 고열량의 음식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양소를 보충하려면 단백질 함량이 높은 보양식을 택하는 것이 낫다. 다만 더위로 입맛을 잃어 식사가 부실하다면 이따금 고열량식으로 영양을 보충해도 괜찮다.
우리 몸이 열을 받으면 세포에 손상을 일으키는 활성산소가 증가해 단백질, 지질, DNA 등이 손상되고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떨어진다. 또 면역기능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비타민 C'E, 아연, 셀레늄 등 항산화 작용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채소나 과일, 생선과 해조류, 견과류와 통곡물에는 항산화 작용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가 풍부하다.
2. 매일 1ℓ 이상 수분 섭취로 고온 질환 예방
체온이 높아지면 열 탈진'일사병 노출
선선한 시간대 운동은 '열 순응'에 좋아
과도한 냉방은 호흡기 질환에 치명적
여름에는 외부의 열기 때문에 체온이 높아지기 쉽다. 이때 우리 몸은 체온을 일정하게 조절하기 위해 열을 배출하는 '열 순응' 과정이 이뤄진다. 우리 몸이 흘린 땀은 증발하는 과정에서 체온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열 순응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두통과 현기증, 구역질을 동반한 열 탈진이나 일사병 등 고온 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열 순응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돕는다.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체온이 높아지고 땀을 흘리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몸이 열 순응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1주일에 2, 3일은 하루 30~60분씩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기온이 높은 한낮보다는 비교적 시원한 아침, 저녁 시간을 활용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열 순응에 도움이 된다. 우리 몸은 열 순응 과정에서 2~3ℓ가량의 수분을 땀으로 배출한다. 따라서 매일 적어도 1ℓ 이상의 물을 보충해 줘야 한다.
에어컨을 너무 심하게 틀어도 감기에 걸리기 쉽다. 실내외 온도 차이가 큰 데다 실내 습도가 낮아져 호흡기 점막이 마르기 때문이다. 호흡기 점막이 마르면 저항력이 떨어져 감기에 취약하게 된다. 또 과도한 냉방은 콧물이나 기침뿐만 아니라 두통, 소화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고, 피부나 눈이 건조해지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실내외 온도 차는 5도 이내로 유지하고 에어컨의 찬 공기가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냉방을 할 때는 소매가 긴 덧옷을 입는 것이 좋다. 에어컨은 1시간 가동 후 30분 정도 정지하고, 적어도 2∼4시간마다 한 번씩 5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것이 좋다.
3. 자기 전 가벼운 샤워로 몸 식히면 숙면
실내 온도가 높으면 수면 장애 시달려
에어컨'선풍기 틀어 공기 순환 시켜야
술 많이 마시면 탈수 현상 일어나 위험
여름철은 열대야 탓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진다. 편안한 숙면을 하려면 체온을 낮 시간보다 조금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밤에도 실내 온도가 높으면 몸에 열이 나 쉽게 잠들기 어렵고 자다가도 자주 깨는 수면 장애에 시달리기 쉽다. 따라서 자는 동안 체온을 약간 낮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열대야를 극복할 수 있다.
체온을 낮추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으로 찬 공기를 적절히 공급하고 공기를 충분히 순환시키는 것이다. 낮 시간에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쳐서 태양열이 실내로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 잠자리에 들 때는 실내 온도가 비교적 낮은 곳에서 잠을 청한다. 더운 공기는 상승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시원한 바닥에서 자는 게 숙면에 도움이 된다.
자기 전에는 가볍게 샤워를 하거나 얼음물에 수건을 적셔 몸을 닦으면 체온을 낮출 수 있다. 잠옷은 통풍이 잘되는 얇은 소재를 고르고, 몸에 딱 맞지 않고 헐렁한 잠옷을 입는 것이 낫다. 다만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술을 마시거나 과격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김성희 대구가톨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면 체온이 높아지는데다 탈수 현상을 일으켜 체온 증가를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가벼운 스트레칭 이상의 격렬한 운동은 체온을 높여 숙면을 취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도움말 김성희 대구가톨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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