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학술지 빼놓지 않고 봐
다양한 환자 연구 아이디어 원천
기초과학자·임상의사 둘 다 욕심
1년 동안 400여건 수술 보람
이준엽(38) 영남대병원 안과 교수는 기초과학자와 임상의사,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연구자다. 특히 망막과 맥락막(안구벽의 중간층을 형성하는 막) 주변 혈관 연구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그의 주된 타깃은 실명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특히 아직 완치가 어려운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를 하는 동시에, 임상의사로서 예후 인자와 감별 질환, 치료 반응 예측 등 환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연구를 진행한다. "실명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라고 해요. 실명 위기를 겪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제시하는 게 연구의 목표죠."
◆기초과학자와 임상의사, 두 토끼 잡아
지난 5월 이 교수는 미국안과학회 학술대회에서 구연 발표를 했다. 그는 망막박리 환자는 망막의 혈류량이 떨어지는 것이 시력을 잃는 주요 원인이자 예후 인자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 논문으로 그는 미국 시과학'안과학회(ARVO)가 수여하는 '2017년 젊은 의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처음으로 유럽망막학회가 수여하는 세계안과연구상을 받았다. 이 교수는 망막 혈관주위세포(pericyte)의 생리적 기능을 규명하고 질환의 기전을 제시해 호평받았다.
그가 기초 연구 분야에 집중하게 된 건 군의관 대신 선택한 연구원 생활 덕분이었다. 이 교수는 군 복무 대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의 전문연구요원으로 4년간 대체복무했다. "4년 동안 기초과학자로 연구실에 머물렀어요. 3년째를 맞은 임상의사보다 기초과학자로서 연구한 시간이 더 긴 셈이죠."
그가 지금까지 낸 논문의 수는 많지 않다. 대신 제출한 연구논문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낸 논문 중에서도 지난해 11월 안과학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최고로 쳤다. 당뇨망막병증의 합병증인 당뇨황반부종 환자 중에서 항체주사가 필요한 그룹의 분류 기준을 제시한 논문이다.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매달 혈관신생인자를 억제하는 항체주사를 맞아야 한다. 약값만 한 번에 20만~100만원이 넘어 환자들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크다. 이 교수는 혈관 밀도가 낮은 환자는 항체주사가 잘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논문은 출판된지 수개월 만에 15번 이상 인용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9월에는 연구결과를 적용한 경과를 유럽망막학회에서 보고를 할 예정입니다. 결과가 잘 도출되면 치료방법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새로운 치료제 개발 전 세계 확산시킬 것
이 교수는 "기초과학자와 임상의사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임상 경험은 기초 과학 연구에 굉장한 동기 유발이 돼요. 치료라는 목적이 있으니까요. 안과는 수술과 외래 환자 모두 많은 진료과예요. 부임한 후 1년 동안 400여 건의 망막수술을 했으니까요. 수술 후에 만족해하는 환자를 만나면 굉장한 보람을 느껴요."
그는 "좋은 연구의 시작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연구의 시작이라는 것. 특히 매일 만나는 다양한 환자는 기초 연구의 아이디어를 무궁무진하게 제공한다.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만나면 치료 방법을 두고 가설을 세우고 연구 주제를 잡습니다. 저는 사이언스나 네이처, 셀 등 세계적인 학술지를 빼놓지 않고 봐요. 다른 분야의 연구 성과라도 응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죠.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거나 상상했던대로 실험이 진행되면 정말 뿌듯함을 느껴요."
그는 앞으로 망막 분야의 새로운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게 목표다. "망막 분야는 굉장히 진보가 빠른 분야예요. 제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임상 연구를 한다면 대구,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환자들이 찾아올 수 있겠죠.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사진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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