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광역長, 기초長들이 나서라

문재인정부의 청와대 비서진 구축 및 조각, 정부조직 개편, 일자리 추경 편성이 마무리되면 정국 이슈의 핵심은 개헌으로 옮겨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내년 지방선거 전 개헌을 마무리 짓겠다고 공약했다. 개헌 협상이 시작되면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는 권력구조 개편이겠지만 지역민의 입장에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것이 지방분권개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시도지사와의 간담회 때 '연방제에 버금가는 분권개헌'과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 신설'을 약속했다. 아마도 실현 가능성은 후자 쪽에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권개헌의 과정이야 험난하지만 제2국무회의는 대통령의 의지로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시도지사들과 국무회의를 한다고 지방이 달라질까? 헌법으로 뒷받침되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곧 말짱 도루묵이 된다.

300명 넘는 희생자를 낸 세월호 사고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40분 동안 생명 구조에 필요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부재 상태, 공권력의 공백 상태를 초래했다는데 있다. 어느 누구도 세월호 선장에게 승객을 탈출시키라는 명령을 하지 않았다. 권한을 가진 대통령은 행방이 묘연했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진 중앙정부의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현장엔 전남지사와 진도군수가 있었지만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 선진국은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지자체장이 컨트롤타워가 된다.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현 구조하에선 또다시 이런 상황에 부닥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분권헌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현행 헌법이 지방자치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헌법(제117조, 118조)은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인정하고 있다. 바꿔말하면 법률의 위임이 없는 자치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처리하는 위임사무는 물론 자치사무에 대해서도 법령이 상세한 간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의 독자적인 정책 추진은 불가능하다. 규모에 걸맞은 인원을 조정하고 직책을 만들려고 해도 일일이 중앙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세월호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지방정부는 손발을 묶어서 마비시키고, 과부하된 국가는 비대해지고 경계가 불투명해지면서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 현행 헌법이다. 이를 개정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법률을 제정토록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재정분권을 위한 과세권도 헌법에 명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헌법(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에 가로막혀 법정외세의 도입은 불가능하다. 현행 헌법은 소득세나 법인세 등을 지방 세원으로 할 수 있도록 법률로 위임하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자주 세원 확보 방안이 헌법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재원이 없으니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구조다.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이외에도 다양한 논의가 있어야 하지만 '자치법률제정권'과 '과세권' 두 가지만이라도 헌법에 반영돼야 한다. 그래야 문 대통령이 말한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추진할 개헌 과정에서 지방의 요구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들은 오로지 권력 구조 개편에만 관심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이 나서야 한다. 분권개헌을 위해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한국지방신문협회 등 9개 단체가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를 출범시켜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시급히 시도지사협의회와 기초단체장협의회가 힘을 보태야 한다. 자금력과 행정력이 있는 두 단체가 국민회의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지역 여론이 타오를 토양을 제공해야 한다. 행정적으로도 주민 참여나 대주민 홍보 등에 두 단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역민들은 분권개헌이 왜 필요한지 대부분 모르고 있다. 분권개헌이 돼야 지역이 산다는 것을 시도지사와 기초단체장들이 직접 나서서 홍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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