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연극으로 통하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19일간 열전을 펼쳤던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가 막을 내렸다. 작년 청주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대한민국 연극제에는 관객 3만2천여 명, 길거리 공연에 10만여 명이 모여 국내 최대 연극축제로서의 위상을 확인했다.
'연극 풀코스로 즐겨라'는 홍보 영상처럼 시도 대표작 16편 등 48개 작품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은 각자 입맛과 관심대로 연극에 빠져들 수 있었다.
하루 평균 2.4작품이 무대에 오를 정도로 작품 수가 많았지만 평균 객석 점유율 80%를 기록하며 '공연문화도시 대구'의 이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시민 참여, 나눔 정신 빛났던 축제=폐막식에서 한 심사위원은 "축제기간 대구시민들의 높은 공연문화와 참여정신에 놀랐다"며 시민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관람 에티켓은 물론 리액션이 무척 좋아서 객석과 무대가 트였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공연 참여는 무대 위에서도 이어졌다. 대구연극제 성공을 위해 시민, 생활예술인, 대학생들도 적극 나섰다. 그 덕에 연극제가 연극인만의 축제가 아닌 시민 모두의 축제로 거듭날 수 있었다. 세 팀이 나선 생활연극전 '인생은 아름다워'와 5개 대학이 참가한 '대학극열전' 등이 대표 행사다.
관람료 대신 생필품을 받아 쪽방촌에 기부했던 이벤트도 외지인들의 호평을 받았던 행사다. 11개 작품이 참가했던 대구극단 대표열전에서는 관람료를 라면, 치약, 샴푸 등 물건으로 받았다. 이렇게 모인 생필품이 1천여 점에 달했고 1, 2차에 걸쳐 모두 쪽방촌에 전달됐다. 대표작 열전에 참가한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는 "지역 연극인들이 자선과 나눔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이 행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문화계에 이런 기부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양한 장르 48개 작품 122회 공연=이번 연극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다양한 작품, 장르를 무대에 올려 관객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는 점이다. 무려 48개 작품이 122회에 걸쳐 공연돼 관객들의 다양한 기호에 부응할 수 있었다.
16개 시도 대표팀이 펼친 경연작들은 대회 내내 큰 화제가 되었다. 코믹, 가족극이 등장하고 사극도 세 편이나 출품돼 관객들을 역사 속 시간여행으로 이끌었다.
특히 뮤지컬 배우 이태원의 손수건을 흠뻑 적신 경북 대표팀의 '그냥 갈 수 없잖아'는 감동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높은 완성도와 대중성을 기반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웰메이드전'은 이름값을 톡톡히 한 공연으로 평가된다. 유쾌한 코믹이 돋보였던 '망원동 브라더스'와 관객들을 폭소로 실신케 한 '프렌즈', 남녀관계서 일어나는 달콤한 사랑, 배반과 반전을 그린 '올모스트 메인'도 호평을 받았다.
세계 속의 연극제를 지향하며 진행된 '해외 초청작 공연'엔 연일 관객이 몰렸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노래한 'The tree of Oedipus'(그리스)와 중국 최초 문화수출품이라는 '그림자극'도 해외 연극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행사 '옥에 티' 아쉬웠던 점=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무난한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공연장의 안과 밖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경연작들이 모두 창작, 초연작이다 보니 관객들에게 무겁고 낯설게 다가오는 경향이 있었다. 수상을 염두에 둔 나머지 극이 난해해지고 의욕 과잉으로 대중성과 멀어지게 된 것이다.
큰 공연장에서 마이크 없이 배우들의 육성에 의지하다 보니 대사 전달이 약했던 점도 지적되고 있다. 뒷좌석에서는 소리가 잘 안 들려 스토리 맥락을 따라잡기가 어려웠고 배우들의 표정 변화도 읽기 힘들었다. 김종성 집행위원장은 "공연장이 커서 처음에 무선 마이크 착용을 검토했으나 협회에서 연극만큼은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서 그대로 진행했다"며 "차기 대회에서 와이어리스(wireless) 사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선에 참여하는 지역 연극단체에 숙소를 제공하는 '사랑방' 운영에서도 아쉬운 점이 노출됐다. 집행위에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 사랑방을 제공했지만 '연극인들의 화합, 친목, 토론의 장'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밥 주고 술 주고 재워주는 오락장소'로 변질됐다는 것.
그럼에도 대구연극협회 김찬극 본부장은 "짧은 준비기간임에도 집행위, 사무국에서 밤잠까지 설쳐가며 효율적 대회를 이끌었다"며 "역대 전국대회 중 이번처럼 짜임새 있고 잡음 없이 진행된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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