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황찬란한 붉은광장 야경
밤 되면 사람들 여행의 축제 펼쳐
젊은이들의 해방구 아르바트 거리
로큰롤 영웅 '빅토르 최' 추모벽
극장, 미술관에 몰려드는 시민들
훌륭한 문화·예술 사랑하는 도시
◆모스크바의 중심, 크렘린궁과 붉은 광장
모스크바에서 꼭 둘러보아야 할 곳은 크렘린궁과 붉은 광장이다. 모스크바의 지도를 보면 크렘린을 중심축에 두고 시가지 모습이 마치 과녁판처럼 되어 있고, 그 중심에 크렘린궁이 위치한다. 이는 크렘린을 중심으로 모스크바가 발전되고 확장되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광장 주변으로 15세기에 세워진 '구원의 탑'과 16세기에 세워진 '성바실리성당', 19세기에 만들어진 '미닌과 빠쟈르스끼'의 동상, 국영백화점 '굼', '역사박물관', 그리고 레닌이 숨을 거둘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레닌 묘' 등이 있다. 끄라스나야 쁠로샤지(Красная площадь'아름다운 광장)라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사계절 언제 찾아도 아름다운 곳이며, 특히 야경이 일품으로 꼽힌다.
내가 본 붉은 광장은 처연하게도 넓었고, 성바실리성당은 찬란하게 빛났다. 무질서하게 배치된 듯 보이나 그 속에 조화로움이 돋보인다. 완공 후 황제는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 건축물을 더 이상 짓지 못하게 건축가의 눈을 뽑아 버렸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성바실리성당 내부를 보고 나와 붉은 광장에서 나도 모르게 하늘에 닿을 것 같은 기분으로 공중 점프를 했다.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현실 속에서 예술미로, 인간의 나약함을 극복하는 기도의 힘으로 표현한 또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묘한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모스크바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장면은 붉은 광장의 야경이다. 어둠이 내린 후 다시 찾은 붉은 광장은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반짝이는 굼백화점의 불빛들이 동화 같은 세상이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들은 크기와 위용을 가늠하기 힘든 크렘린의 모습과 동화 속 나라 같은 성바실리성당에서 자연스레 여행의 축제를 펼치고 있었다.
러시아의 역사적, 정치적 상징으로 불리는 크렘린은 모스크바에서 최고 명소로 꼽힌다. 러시아어로 성벽, 성채를 뜻하며, 2㎞가 넘는 성벽과 크고 작은 19개의 망루로 둘러싸여 있어 웅장함이 느껴진다. 내부에 있는 여러 사원은 독특한 양식으로 지어진 러시아의 기념비적인 건축물들로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크렘린궁을 나와 성벽을 따라 얼어붙은 모스크바강을 따라 걸었다. 러시아 정교회의 크리스마스는 1월 7일이어서 성탄 분위기와 2017년 신년의 희망을 뜻하는 새해 표지가 여러 군데 설치되어 있었다. 발목까지 덮이는 눈길을 뽀드득 소리와 함께 걷는 설경 속의 모스크바는 여행객에게도 한 해의 꿈을 새로이 가지게 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
아르바트 거리는 크렘린에서 도보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 대구의 동성로와 비슷한 아르바트 거리는 러시아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거리이며, 모스크바 젊은이들의 해방구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푸시킨 탄생 200주년 기념 동상'을 비롯해 러시아 젊은이들의 우상인 '빅토르 최 추모 벽'을 볼 수 있다. 러시아 로큰롤 최후의 영웅 빅토르 최의 어머니는 러시아인이었으나 아버지는 러시아 이주 한인의 후예였다. 구 소련 록 밴드 '키노'의 리더로 28세 때인 1990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젊은 예술가가 27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월을 거슬러 사랑을 받고 있다. 한 다발의 장미꽃을 놓고 비극적으로 사망한 천재 가수 빅토르 최의 철학적 가치가 담겨 있는 '밤'의 가사를 읊조려 본다. '그는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어디에나 있는 것을….'
모스크바에는 너무도 훌륭한 문화예술이 많다. 곳곳에 산재한 왕궁과 사원, 극장, 콘서트 홀,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중세의 고색 찬연한 건축물 등 모스크바 시 자체가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시민들 또한 예술을 사랑하고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볼쇼이극장, 말리극장, 모스크바예술극장, 차이콥스키 콘서트홀, 푸시킨 미술박물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등 끝없이 이어지는 세계적 문화공간에서, 한편의 발레와 오페라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몰려드는 모스크바 시민들의 모습에서, 톨스토이의 책을 펼쳐든 구멍가게 아주머니의 진지한 표정에서 국민 소득과 행복 지수는 절대로 비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모스크바에는 미꿀린 서커스와 볼쇼이 모스크바 서커스 등 2개의 서커스 전용 공연장이 있다. 중국의 서커스가 주로 기예, 곡예 위주라면 볼쇼이 서커스는 스토리가 있는 화려한 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간에 무대가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사람들의 코믹 연기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서커스 극장 앞에서는 암표상들이 항상 관광객들을 유혹하지만 극장에서도 표를 살 수 있으니 속지 말기를 바란다.
또 하나의 모스크바 추천 명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짜리찌노'공원이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아름다운 대궁전을 비롯해 여름에는 공원의 녹지가 아름다워 현지 사람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눈 내리는 모스크바를 떠나 다음 여행지인 북유럽의 베니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항했다. 레닌그라드역에서 '붉은 화살' 열차를 23시 55분에 타고 러시아의 심장, 낭만의 도시 모스크바를 떠났다.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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