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별일 아닌데도 '욱' 5년새 37% 급증

대구경북 분노조절장애환자 2012년 480명→지난해 656명…무한경쟁 사회가 빚은 부작용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편이 피투성이였고, 제 손에는 둔기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60대 주부인 김모 씨는 자고 있던 남편을 둔기로 때린 혐의로 지난달 경찰에 붙잡혔다. 폭력을 휘두른 원인은 전원차단기였다. 남편이 잠들기 전 전원차단기를 내렸고, 자다가 깬 김 씨는 물을 마시려다 냉장고 전원이 꺼진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한 김 씨는 손에 잡히는 빨랫방망이를 남편에게 마구 휘둘렀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크게 다친 걸 알고 너무 놀라 직접 신고했다"고 했다.

최근 경남 양산 한 아파트에서 밧줄 절단 추락 사건이 벌어진 데 이어 충북 청주에서 인터넷 수리기사가 살해되면서 분노조절장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조절장애로 구분되며, 치미는 화나 욕구 등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폭력적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이다.

안타깝게도 충동조절장애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구지원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 장애'로 진료받은 대구경북 환자는 2012년 480명에서 지난해 656명으로 5년 만에 36.7%나 늘었다.(그래프)

충동 장애는 충동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쇼핑 중독이나 인터넷'도박 중독에서부터 절도'방화'살인까지 다양한 형태로 분출된다. 특히 분노가 심해지면 뇌의 교감신경이 잘 조절되지 않아 흥분 상태에 이르고, 합리적인 생각과 의사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경산에서는 편의점 직원이 불친절하게 굴었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두른 중국동포가 붙잡혔다. 지난 5월에는 대구의 한 40대 남성이 '대한민국이 망할 것 같다'며 충동적으로 대통령 선거 벽보를 찢고 불에 태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사회구조가 충동장애를 촉발한다고 지적한다. 이종훈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무한경쟁시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사회 구조에 대한 분노를 불특정 다수에게 표출하는 것"이라며 "노력한 만큼 보상이 이뤄지는 사회, 사회시스템이 개인을 지지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의 사회화를 담당하는 가정과 학교가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며 "가정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학교에서는 배려와 상부상조 등 공익적 가치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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