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적폐청산, 우리 일상은 깨끗한가…『대한민국의 정의를 묻다』

헬조선, 검찰'언론'교육개혁, 적폐청산….

요즘 들어 언론지상에 부쩍 눈에 띄는 어휘들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개혁, 변혁을 표방하는 캐치프레이즈들이 연일 매스콤을 장식한다. 이 단어들을 키워드로 현 세태를 진단한 책이 나왔다. 경북대 김광기 교수(사범대 일반사회학과)가 펴낸 '대한민국의 정의를 묻다'다. 책 제목처럼 이 책은 '특혜국가에서 공정국가로, 부패 기득권 세력에서 국민에게로'를 외치고, 불공정'불평등 특혜가 사라진 상식과 정의의 시대를 여는 길을 나름의 논리로 제시하고 있다.

◆적폐 뿌리는 불로소득'승자독식='부자는 어떻게 가난을 만드는가?' 를 통해 우리가 깨닫지 못한 사회상과 부조리를 해부하고 분석해온 사회학자 김광기 교수는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특혜국가'의 뿌리를 불로소득 추구, 승자독식, 연고주의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 부조리, 그리고 불평등의 근원에 대한 지적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누구나 쉽게 관찰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에서 불공정과 불평등은 일상이 돼버렸다는 것. 더 늦기 전에 헬조선을 벗어나려면 우리 스스로 변혁하고, 실행하기 전 현실을 되짚고 원인과 결과를 확실히 알아보아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를 취임사로 내걸며 투명성을 강조한 새 정부의 슬로건이 아니더라도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할 최적의 시기라고 분석한다.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박근혜 게이트'=저자는 사회학자의 예리한 시각으로 박근혜 게이트와 그 배경을 분석하고 대한민국 적폐청산의 목적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삼성과 박근혜 정권과의 부당한 거래를 든다. 삼성계열사 사장은 독일까지 오가며 박근혜'최순실과 뇌물을 주고받는 뒷거래를 하고 보건복지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정부 고위인사들이 뒤치다꺼리를 했다. 삼성이 뇌물 성격으로 박근혜와 최순실에 쏟아부은 돈은 440억원 정도, 그러나 국민(국민연금)은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입었다. 반면 삼성의 이재용은 약 3조원의 이득을 보았다. 저자는 박근혜 정권과 그에 야합한 재벌들의 행태가 조폭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불로소득과 승자독식을 위해 야비하고, 폭력적으로 각종 연고를 동원해 그들만의 이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일상화된 부정부패까지 청산돼야=저자의 질책은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향한다. 권력을 내맡긴 채 정부에 아첨하는 언론에 속아 '심리적 문맹'에 빠져버린 국민 또한 적폐청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저자는 "정의는 감시자에 의해 항상 점검되어야 마땅하나, 우리 국민의 감시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그러는 동안 정의는 증발되었고 우리는 눈앞에 펼쳐지는 작은 이익에 만족하며 소시민으로 살아왔다"고 분석한다. 심지어 때로는 자신들도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불로소득과 승자독식 그리고 연고주의에 함께 올라타 일상의 사욕을 탐한 것은 아니냐고 되묻고 있다.

저자는 정권과 체제를 넘어 우리 일상까지, 우리 안의 적폐까지 대대적으로 청소할 시점이라고 역설한다. 국민들이 주체적 시민으로 우뚝 서고 변화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때, 진정한 적폐청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쓴 김광기 경북대 교수는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 보스턴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이방인의 사회학'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등이 있다. 342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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