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나무를 품은 선비

나무를 품은 선비/ 강판권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조선시대 선비들은 자신이 사는 공간에 나무를 심고 그를 벗 삼아 관찰하고 공부했다. 예컨대 남명 조식은 만년에 경남 산청 산천재에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매실나무(매화)를 심어 선비정신을 되새겼다. 그 나무는 450년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며 선한 본성을 드러낸다.

책은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가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남긴 나무에 관한 시와 문집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살던 공간에 여전히 서 있는 나무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남긴 기록이다. 나무를 매개로 조식, 이건창, 서유구, 강희안, 김종직, 윤선도 등 조선의 지식인 21명의 삶과 그들이 추구한 가치를 기술했다. 나무를 통해 수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 선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그들의 시공간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책은 조선 지식인의 삶과 철학을 전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조선 성리학자의 삶과 정신은 우리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지적한다. 서해가 심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함부로 잘려나간 소호헌의 은행나무나 아파트 건설로 사라진 서유구의 생가터 등은 공간을 통한 역사의 복원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32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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