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남북의 긴장 관계가 높아지던 작년에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어느 병원에서 해외 진료 도움의 일원으로 외국 어려운 나라의 간호 실습생을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오랜 준비 끝에 실습 학생이 입국하기 직전에 그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실습생들의 부모님들이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전쟁 위기가 있는 나라에 자녀들을 보낼 수 없다고 해서 실습생을 파견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나라의 상황은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상태였나 봅니다.
'남북통일', 평화통일은 참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과제입니다. 금강산 관광이 막히고,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남북 간의 소통 수단들은 단절되고, 서로 비방의 목소리와 마음은 높아지고 커져만 가고,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고…. '꼬인다, 꼬인다!' 하지만 이렇게 관계가 꼬일 수가 있을까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고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 같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 같은 이 위험한 상황을 이용해서 '나'만의 이득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북쪽만이 아니라 남쪽에서도요. 평화보다는 대립을 원하는 사람들, 일치보다는 분열을 원하는 사람들, 소통보다는 불통을 원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모두의 이익보다 자기의, 자기들의 정치적인, 경제적인, 사회적인 이익만을 얻고 챙기고 누리려는 사람들요. 이 사람들의 힘과 소리가 너무 커서, 이들의 벽이 너무 높기에 우리가 원하는 평화통일이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은 '우리'라는 말을 잘 씁니다. '내 나라' '내 가족'이라고 말하기보다, '우리나라' '우리 가족'이라고 말하는 게 더 일반적입니다. 집단이 우선되고 개인이 경시되는 문화의 한 모습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우리'라는 말, '나'와 '너'의 통합,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고 분리하는 것이 아닌 공통분모를 통해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말. 그렇기에 별 의식 없이 표현하는 '우리'라는 말은 무언가 모를 포근함과 편안함, 따뜻한 정(情)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표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정다운 공동체인 '우리'는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쨌든 서로 다른 '나'와 '너'의 만남이기에 하나가 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떨 때는 서로 부딪치는 부분과 자신의 고집과 타인을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인해 위태로운 광경이 연출될 때도 있지만, 부드러운 대화와 양보 등을 통해서 나눔과 공감이 형성되기도 하지요. 시간들 속에서 기쁨과 슬픔, 위로와 격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만나게 된 상처가 함께 공존하고 또 그것을 극복해 가면서 '나'와 '너'는 '우리'가 되어 가고 더욱 깊어지는 관계로 변하고 있음을 어느 순간 발견하게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천주교회는 내일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보내며 갈라진 우리의 형제들과 서로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특별히 기도합니다. 오랫동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다 보니, 같은 민족이지만 점점 더 이질감만 깊게 형성되어 가는 모습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만듭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 갈라진 형제들도 '우리' 민족이라는 사실입니다.
내일은 아니 오늘부터 남과 북의 문제를 이기심과 완고함, 편견과 오해, 적개심에서 출발한 '너'가 아니라 '우리'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비록 갈라져 있지만, 분리하고 배척할 이유를 쌓기보다 하나의 '우리'를 더 간절히 바라며 '우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간다면, 화해와 일치로 '우리'가 하나가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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