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 愛 물들다]전국 최초 고교생 예체능 위탁교육…레슨 비용 따로 안들어

전일제·방과후형 운영

일반계고 2, 3학년생 대상

전공 관련 심화 레슨도 가능

일반 교과와 특기 전공 융합

합주·공연 통해 배려심 배워

지난 3월 1일 옛 본리중학교 자리에 대구 예담학교가 개교했다. 예담은 한자어로 '예술(藝)과 체육에 대한 학생들의 재능과 끼를 담(潭)아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학교명에서도 드러나듯 대구예담학교는 예술과 체육 계열의 진로를 희망하는 일반계고 학생들에게 진로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전국 최초의 예술'체육 위탁교육 전담학교다.

◆예담학교는 어떤 곳?

전국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구예담학교,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고희전 교장 선생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구예담학교는 전국 최초의 예술'체육 위탁교육 전담학교다. 어떻게 이런 형태의 학교가 만들어졌나?

▶일반계고등학교에서 예술, 체육 계열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전공 관련 시설과 지도교사가 부족해 학교에서 체계적인 예체능 교육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에 의존해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일반계고 학생들이 예술이나 체육과 관련된 심화 과목을 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배울 수 있는 위탁교육을 하고 있다.

-일반계고 학생이면 누구나 대구예담학교에서 예체능 계열의 전공과 관련된 심화 수업을 받을 수 있는가?

▶현재는 일반계고에 재학 중인 2,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학생 중 신청을 받아 예술'체육 분야별로 학생을 선발한다.

-대구예담학교를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님들을 위해 학교 교육과정을 자세하게 말씀해 달라.

▶교육과정은 크게 두 가지인데 전일제형과 방과후형 예술'체육 위탁교육 과정이 있다. 전일제형은 일반계고 3학년 학생 중 음악과 미술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1년 동안 우리 학교에 와서 전공 심화과목과 세부 전공별 특화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방과후형은 일반계고 2, 3학년 학생 중 예술과 체육 분야에 심화된 내용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우리 학교로 와 일주일에 6시간씩 클래식, 실용음악, 미술, 체육 분야를 공부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예담에서 내일을 꿈꾸는 나

지난 9일 대구예담학교는 그간의 교육활동을 전국에 공개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날 음악'미술과 세부 전공 수업 공개가 진행됐다.

실용음악과의 수업 시간. 미래의 보컬을 꿈꾸는 양윤미 학생(상인고 3학년)은 전일제형 예술 위탁교육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데, 대구예담학교를 이렇게 소개했다.

"일반계고에서는 학교 수업이 끝난 후 학원에 가서 따로 레슨을 받아야 했다. 레슨비가 만만치 않아 부모님께 죄송할 때가 많았는데, 예담학교에서는 일반계고에서 내던 학비만 내면 다른 돈을 들이지 않고도 실력 있는 선생님께 전공 관련 실기 과목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

7교시 미술과 전공 수업에서 만난 김영빈 학생(대구고 3학년)은 이곳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이 학생은 "예담학교에 오는 친구들을 보면 모두 디자인, 회화, 애니메이션 등 각자 전공이 있다"며 "얘기를 나누다 보면 나의 꿈, 진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대구예담학교 학생들이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지만 소속 학교를 떠나 올해 처음 개교한 대구예담학교에 참여하기 쉽지만은 않았다.

클래식 성악을 전공하는 박시욱 학생(대건고 3학년)은 "부모님이 공부 열심히 하라고 자율형 사립고에 보낸 건데 제가 성악을 하겠다고 하니 엄청 실망하셨다"며 "노래 부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우연히 예담학교를 알게 됐고, 이곳으로 오면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여전히 학부모들은 예담학교가 학비가 많이 들고, 예체능 계열 학생만 모아 놓으면 공부와는 담을 쌓게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예담학교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을 만나보면 일반 교과를 일반계고에서와 똑같이 배우는 것은 물론 전공 관련 심화 레슨을 받아도 별도의 레슨비가 들지 않아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학부모 이경남 씨는 "대구에 미술, 음악, 체육을 전담하는 대구예담학교가 있다는 사실에 앞으로 대구 교육의 희망과 비전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일반 교과와 특기 전공이 융합되고 미술과 디자인, 음악, 체육이 서로 교류하고 융합해 대구의 청년들이 새로운 분야의 직업과 비즈니스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예담으로 함께 빛나는 우리

신예지 학생(경명여고 3학년)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소속 학교의 일과 시간을 끝낸 후 대구예담학교로 이동해 전공 관련 수업을 듣는 방과후형 위탁교육 과정에 참여한다. 체육을 전공하는 신예지 학생은 "예담학교는 체육 관련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장비 센서의 성능도 뛰어나서 기록을 늘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실전처럼 연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악과의 전공 실습도 체육과와 다르지 않다. 공연실습 과목은 보컬'밴드'클래식'뮤지컬 등 다양한 전공의 친구들과 모둠을 구성해 하나의 공연을 계획하고 발표하는 형태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수업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공이 다른 친구들과 합주나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배우고 있다.

이처럼 예담학교는 자기 전공뿐만 아니라 친구의 전공에 대한 이해가 더 멋진 연주와 공연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자기 전공 또한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음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홀로 빛나는 별이 아닌 친구와 함께 빛나는 우리'를 일상의 교육과정에서 실천하고 있다.

#시리즈 자문위원

◇김원구 포산초 교사 ◇김견숙 사대부초 교사 ◇나혜정 경서중 교사 ◇박세원 대구교대 교수 ◇이경남 경신중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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