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반(半) 100일이다. 역대 대통령들처럼 대통령직인수위 기간 같은 '예열'과 '준비'의 시간도 없었다. 당선증을 받는 날로 임기를 시작했고, '이게 나라냐'라던 나라를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이래 앞만 보고 내달린 시간이었다. 결과도 나쁘지 않다. 지지율도 줄곧 80%를 웃돌았고 대선 당시 지지율 20%를 겨우 넘겼던 대구경북에서도 60% 넘는 지지를 얻고 있으니 꽤 괜찮은 성적표다.
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 행진의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국민들 사이로 대통령이 내려오고 들어왔다는 점이다. 권위와 격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비슷한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대통령을 가지게 됐다는 게 전임자와 다른 점이었다. 다음은 감동을 주었다는 거다. 몇 차례의 대중연설과 짧았지만 임팩트가 강했던 이벤트들은 훌륭했다. 야당에서는 연출된 '쇼'라며 소통이 아니라 '쇼통'이라는 빈정댐도 있었다. 그래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취임사로 대표되는 대통령의 연설이 국민들을 감동케 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불식, 일소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고 해도 문 정부의 출범에 대한 일부의 '불안'한 시선을 많이 누그러뜨리려 했던 것도 밑거름이 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순항할 것인가. 불투명하다. 지지율이 계속 70%를 상회할 것인가. 비관론이 더 많다. 60%대로 떨어진 조사결과도 나왔다. 더 나을 것도 없는 인사들을 내놓은 인사청문회의 영향이라고 한다. 나에게 봄바람이요 남에게 가을 서리 같다는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런데 남은 청문회가 더 골칫거리다. 야당서는 몇몇 후보자를 가리켜 '악성 3종 세트'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강경화 외교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국민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한 청와대 참모는 '국민 눈높이 검증'이라고 부연 설명도 했다. 지지율 고공 행진을 빗댄 말이다. 하지만 지지율이란 오르면 내려가는 법이다. 내려가면 그땐 뭘 의지하고 뭘로 방패막이를 삼으려는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았던 고위공직 인사 5대 배제기준처럼 '국민의 뜻'과 '국민 눈높이'가 도리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길은 여러 갈래지만 정도는 여럿이 아니다. 하나다. 야당 더러 먼저 변하라는 건 무리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갈 데까지 가보자고 할 수도 없다. 문 대통령이 먼저 변해야 한다. 정치를 국민만 보고 할 수는 없다. 국회라는 엄중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지나간 50일 문 대통령이 달려온 여정은 국회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국회와 함께 가야 한다. 여소야대 아래서는 문 대통령 혼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국회 해산을 할 수도 없으니 달리 방법이 없다. 국회선진화법이란 걸림돌마저 떡 하니 막고 있으니.
문 대통령도 이미 알고 있는 바다. 취임사에서 문 대통령은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된다. 인재 발탁의 문호를 넓힌다는데 야당이 반대할 리 없다. 또 같은 연설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정말 그렇게 하면 된다. 대통령의 말 안에 이미 다 들어 있는 해답이다.
'인사가 너무 어렵더라'며 5대 배제 기준 준수 불가에 대한 유감을 먼저 표시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면 된다. 그런 다음 국민을 상대하라. 사과, 못 할 것도 없다. 눙치고 안 하는 게 문제지 필요하다면 제때 하는 게 더 낫다. 대타협을 야당에 제안할 수도 있다. 인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자고 할 수도 있다. 여론도 대통령 역성을 들어줄 게 틀림없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다음 주쯤 열릴 것으로 보이는 방미 성과 보고 자리 같은 곳에서 꽉 막힌 곳을 시원하게 뚫어줄 문 대통령의 '한 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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