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양심 불량 상인으로 인해 AI에 뚫린 대구

대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 전국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던 AI가 대구로 인해 확산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나온다. 2014년 이후 3년 만에 AI 청정지대가 무너졌다는 아쉬움도 크지만, 한 무책임한 상인의 가금류 계류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

이번 AI는 한 가축 거래 상인의 '양심 불량'에 의해 발생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찜찜함을 더해 준다. 이 상인은 최근 한 달 동안 본인 소유의 가금류 계류장에서 토종닭 10마리가 폐사했는데도, 검역 당국에 알리지도 않았다. 동구청이 전화 예찰 과정에서 닭'오리 보유 여부를 물었는데도, "사육하지 않는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전국적으로 AI로 인해 난리가 났는데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나 몰라라 하고 있었다니 기가 찰 일이다. 아마 번거롭거나 귀찮다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 상인은 가축 전염병 예방법을 위반해 축산 차량용 GPS를 꺼 놓고 경북 지역 전통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거래를 했다니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대구시는 이 상인을 고발하고 가축 판매업 등록 취소를 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 상인이 축산 차량용 GPS를 꺼 놓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고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상인은 가축 거래 상인 등록을 했지만, 등록 요건이 너무나 허술하고 단순했다. 상인들에 대한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이런 상인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정부와 대구시는 이런 문제점을 하루빨리 보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 21일 대구의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 이후 아직까지 추가 의심 신고가 없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발 빠르게 대응한 대구시와 방역 당국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이번에 대구로 인해 AI가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한시름 던 것 같다. 2010년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해 전국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오명을 덮어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안심할 단계가 아닌 만큼, 방역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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