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 건네며 자연스레 덕담
말썽꾼이 기적처럼 변화 시작
찾은 클로버 열흘 말려 넘버링
인연 닿는 10만명에 건넬 계획
"네잎 클로버의 행운을 나눠줍니다."
최재운(66) 전 대구서부교육청 교육장이 7년째 '네잎클로버'를 나누어준 사람이 3만2천 명을 넘었다. 온라인 전시·배부를 위해 확보하고 있는 네잎클로버 사진도 700장을 넘었다.
대구외국어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던 2010년부터 시작된 최 전 교육장의 '행운 배달'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최 전 교육장이 근무하던 학교 운동장 구석에는 클로버 군락지가 있었다.
그는 학교 순찰 도중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군락지에서 걸음을 멈추곤 했다. 어느 날 체육수업 중이던 학생이 같이 네잎클로버를 찾겠다며 다가왔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도 학생은 찾지 못했지만 최 전 교육장의 눈에는 벌써 네잎클로버가 보였다. 한참 후 그는 자신이 찾은 네잎클로버를 학생에 넘겨주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네잎클로버를 나누어 주면서 당부했다.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법이니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노력하여 행운을 만들라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사람으로서 도리를 성실히 실천하면 멀리 있던 행운도 감동해서 다가올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행운의 여신에게도 눈이 있고 귀가 있어 아무에게나 다가가는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 전 교육장에게 점심시간은 아이들과 소통을 하기에 더없이 긴요한 시간이었다. 식사는 항상 아이들 좌석에 앉아 그들과 함께했다. 마주 앉은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마치고 먼저 일어서면서 아이에게 '네잎클로버 교환권' 한 장을 건넸다. 학반, 번호, 성명을 적고 교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적어 넣게 되어 있다. 아이가 교장실에 들어오면 차를 주문받고 손수 같은 차 두 잔을 준비하여 아이와 마주 앉았다. 식당에서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네잎클로버 한 송이를 쥐여주었다. 네잎에 뜻을 심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여 정진하면 꿈을 이룰 것이라고 격려했다.
최 전 교육장이 네잎클로버를 잘 찾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긴 시간 네잎클로버를 찾아다니다 보면 넓고 기름진 클로버 밭을 만나는 수가 간혹 있다. 하지만 이미 손에 쥔 네잎이 많으면 다른 네잎클로버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찾아야겠다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클로버 밭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돌아서는 것이 상책이라고 한다. "눈을 뜨고 있되 마음이 이미 떠났으니 보아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최 전 교육장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를 울린 학생의 이야기였다. 고교 때 말썽을 피우던 학생이 네잎클로버를 받고 난 후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학생은 코팅된 네잎클로버를 책상 위에 붙여두고 열심히 공부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결국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게 됐다. 그 학생은 학교를 떠난 지 3년이 넘어 교장에게 전화해서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최 전 교장은 울먹이며 기쁜 소식을 전해주던 학생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전 교육장에게 클로버를 받고 소년체전에서 최우수선수가 된 학생도 있다.
학부모는 "네잎클로버를 찾는 수고로움과 반듯하게 펼쳐서 좋은 책 사이사이 곱게 끼워 말리는 정성이 받는 이에게 좋은 에너지가 되고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을 저는 딸아이를 통해서 믿게 되었습니다. 최재운 교장선생님 저희 딸에게 용기와 꿈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편지글을 올렸다.
'클로버 세잎은 행복이요, 네잎은 행운이니 세잎이니 네잎 이니 하고 구태여 따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생물학적으로 따진다면 세잎이 정상이고 네잎은 돌연변이에 해당하니 네잎을 두고 호들갑을 떨 이유가 전혀 없다. 모두 다 맞는 말이지만 만사는 의미를 부여하고 신념을 갖고 추진하기에 달렸다. 모든 일은 그들을 대하는 각자의 마음가짐이 좌우한다.
최 전 교육장은 지금도 클로버 찾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그늘에서 10일을 말리고 편지봉투에 담아서 보관해둔다. 최 전 교육장은 인연이 닿은 주변 사람들에게 네잎클로버를 나눠준다. 겉봉에 사인을 한 후 넘버링을 매겨 증정한다. 기자에게 준 넘버링은 32001이었다. "다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네잎클로버를 10만 명에게 나누어 줄 계획입니다." 최 전 교육장의 소박한 사랑나눔은 오늘도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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