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세상의 별이 지지 않는 것처럼

세상의 별들이 지지 않는 것처럼, 낮과 밤이 존재하는 것처럼,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있다. 사람은 그 생명이 다하면 한 줌의 흙이 되어 세상을 떠나지만, 그 생명이 영원을 가진 적이 있다.

순간의 영원. 사랑이다. 이별을 하면 사랑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그때의 사랑은 영원히 존재한다. 사진 속의 우리, 기억 속의 우리는 사랑을 하고 웃고 있다. 잔인한 이별로 끝을 맺었을지언정 그때는 웃고 있다. 그리고 그때의 우리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설레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존재한다.

10대, 20대에만 사랑이 아름다운 줄 알았다. 그러다 내 나이 서른이 넘자 30대의 사랑이 20대의 사랑과 같이 뛰는 걸 알았고 30대의 이별도 20대의 이별처럼 아픈 걸 알았다. 요즘 TV프로그램을 보면 40대 이상의 남녀들 사랑이야기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무언가 성숙해 남다를 것 같던 사랑은 변함없이 뛰었고 아름답지 않을 것 같던 사랑도 여전히 아름다워 보였다. 사랑은 나이를 먹지 않고 이별은 여전히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주름이 생기지도 않고 내성이 생기지도 않는다. 처음 태어날 때처럼 영원히 그 상태이다. 그러기에 아름답다. 다만, 기억할 뿐이다. "사랑은 설레고 이별은 아프다."

심장이 생겨나면서부터 생기기 시작하는 게 사랑이다. 심장이 멈추면 같이 사라지는 것도 사랑이다. 그러니, 사랑이 없는 건 죽은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살아 있다면 사랑은 존재한다. 가끔 사람들은 사랑이 주는 상처에 두 번 다시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때의 그들은 다 죽어가듯 힘들어 보인다. 세상에 홀로 서 있는 사람처럼 슬퍼 보인다. 상처로 괴로운 그들은 반복된 상처가 생길까 사랑을 숨기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 속 아름다운 사랑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뜨거워지는 걸 느낀다. 부러움이 아닌 서글픔이 생긴다. 왜 나에겐 저런 사랑이 없나, 왜 난 저런 사랑을 못하나, 깊은 숨을 뱉는다. 사랑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주는 기쁨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진 불로장생, 사랑. 영원히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능력, 또 반대로 세상을 어둠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무서운 감정. 그것은 순간의 영원으로 내 마음속에 살아간다.

인간이 가진 사랑이라는 감정은 축복이다. 그 축복을 무시하려 하지 말고 그 축복을 저주처럼 고통스러워 하지 않길 바란다. 분명 아픔은 존재한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듯, 매일 밝을 순 없다. 하지만, 다시 낮이 오듯 매일 어둡지도 않다. "애도 아니고 사랑은 무슨…"이란 말은 맞지 않다. 사랑은 나이가 없으니깐! 세상의 별들이 지지 않는 것처럼, 낮과 밤이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에겐 웃고 우는 사랑이 있다. 별이 있어 밤이 아름답고 노을이 있어서 지는 해가 아름답듯 사랑이 있어 오늘 당신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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