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세계적 생태 보고 옆에 채석장 허가하겠다는 문경시

문경시가 세계적인 생태 보고인 굴봉산 '내륙습지보호지역' 인근에 채석장 허가를 내주겠다고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연유산 옆에서 산을 부수는 발파작업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후손에게 길이 물려줘야 할 생태 보고를 지방자치단체가 오히려 훼손하는데 앞장서는 것 같아 한숨이 나온다.

굴봉산 내륙습지보호지역은 '돌리네'(Doline)에 습지가 형성되어 있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곳이다. '돌리네'는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침식되면서 접시 모양으로 우묵하게 파인 웅덩이 지역을 말하는데, 논농사가 가능할 정도로 가치 높은 지역은 한국에서도 이곳 뿐이다. 이곳은 지형'지질학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6종의 멸종위기 동물과 731종의 동식물이 서식해 생태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환경부가 이 일대 49만4천434㎡를 '내륙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 14일이다. 불과 보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문경시가 같은 산줄기를 따라 직선거리로 800m 떨어진 곳에 채석장 허가를 내주겠다고 하니 기가 찬다. 아무리 환경 의식이 미비하다고 하더라도, 상식 이하의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만 해도 문경시가 이곳을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가꾸겠다고 해놓고, 뒤편에서 개발행위를 허용하겠다고 하니 너무나 이율배반적이다.

'내륙습지보호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폭약 발파가 이뤄질 때에는 동'식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지형'지질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돌리네'의 석회암은 강도(强度)가 그리 세지 않은 광물임을 감안하면 채석장의 발파작업은 훼손 우려를 더해준다

자연환경은 한번 파괴되거나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개발행위는 신중하게 행해져야 한다. 세계적인 생태 보고 인근에 폭약 발파가 이뤄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환경단체들이 문경시에 대해 채석장 허가를 내주려면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을 반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은 주장이다. 문경시는 채석장 허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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