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 응급처치] 아이가 아플 땐…먼저 당황하지 마세요

아이는 자주 아프고 쉽게 다친다. 차고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기엔 아직 아이의 몸은 여리고 둔하다.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이겨낼 만큼 면역체계도 완성되지 않았다. 아이는 아프고 낫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점점 어른이 되어 간다.

이렇게 약한 아이가 늦은 밤이나 휴일에 아프거나 다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대부분의 부모들은 크게 당황하거나 병원 응급실로 뛰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처치와 대처 방법을 알면 비교적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해열제 과용하면 저체온증 우려

열이 난다는 건 구강체온이 오전 37.2℃, 오후에 37.7도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열이 난다고 무조건 해열제를 먹여서는 안 된다. 열이 나는 원인을 판단하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열로 다른 질환이 악화될 위험이 있거나 열성 경련을 일으킨 경험이 있다면 해열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해열제는 복용량과 복용 주기 등에 유의한다. '타이레놀'로 잘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 시럽은 체중 1㎏당 10~15㎎을 4~6시간마다 사용한다.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인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 등은 체중 1㎏당 10㎎을 6시간마다 먹인다. 이부프로펜은 생후 6개월이 지나야 먹일 수 있다. 특정 해열제에 반응이 없다면 다른 계열의 해열제를 약 복용 시간에 맞춰 번갈아 복용해도 된다. 단 해열제를 정상 용량보다 자주 과도하게 복용하면 저체온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고열이 계속되면 해열제를 먹인 뒤 30~32℃의 미지근한 물에 목욕하거나 온몸을 닦아주면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열성 경련을 일으키면 질식하지 않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입안의 내용물이 쉽게 밖으로 흘러나올 수 있도록 해준다. 부드러운 막대기를 이 사이에 넣으면 혀를 물거나 하는 상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부피가 큰 물건을 입에 쑤셔 넣거나 작은 물건을 넣으면 기도가 막힐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설사에는 보리차로 수분과 전해질 보충

설사를 하면 금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급성 설사가 나면 충분히 수분 섭취를 하면서 영양분을 공급해야 회복에 도움이 된다. 물 1ℓ에 소금 한 스푼과 설탕 8스푼, 오렌지 주스 한 컵을 섞으면 좋은 전해질 보충제가 된다. 이온음료보다는 보리차를 자주 마시는 게 수분과 전해질 보충에 더 효과적이다. 설사 초기에는 유제품이나 기름진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쌀이나 감자, 끓인 죽 등 곡류에 소금을 곁들여 먹고, 설사가 호전되면 정상적인 식사를 한다. 입맛이 너무 없다면 단기간에는 물만 마셔도 된다.

지사제는 장의 연동운동을 늦춰 변이 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준다. 또 장내 유해물을 흡착하고 손상된 점막을 채워 설사 완화에 도움이 된다. 단 혈변이 있거나 열이 나는 경우 지사제를 먹으면 장내 독소 배출을 떨어뜨려 감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지사제를 장기 복용하면 변비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설사 증상이 완화되면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뼈 부러지면 부목으로 고정

뼈가 부러졌다면 부목으로 골절된 부위를 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목은 통증을 줄이고 신경과 근육, 혈관 등의 추가 손상을 막아준다. 만약 뼈가 외부로 노출됐다면 만지거나 억지로 안으로 밀어넣으면 안 된다. 적당한 부목이 없다면 돌돌 만 신문지나 나무, 박스 등으로 고정해도 된다. 부목을 댈 때는 단단한 부목과 피부가 접촉하는 면에는 솜이나 패드를 대주고, 다친 부위 아래쪽의 운동이나 감각, 순환 여부를 확인한다.

상처에 피가 나면 거즈나 깨끗한 수건 등으로 가볍게 누른 후 심장보다 높게 올려 지혈한다. 또 생리식염수나 수돗물로 상처를 깨끗하게 씻는다. 포비돈 요오드나 알코올 등 소독약은 벌어진 상처에 직접 바르지 않아야 한다. 상처 부위의 흙이나 이물질은 제거한 뒤 항생제 성분이 들어 있는 연고를 발라준다. 상처를 씻은 후에 마른 거즈로 바로 덮으면 상처를 건조하게 만들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대신 상처 부위가 적당한 수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습제나 습윤 드레싱 제제를 바르는 게 좋다.

◆화상 입으면 흐르는 물에 20~30분 식혀야

끓는 물이나 불 등에 화상을 입으면 우선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의 흐르는 수돗물이나 생리식염수로 20~30분 정도 화상 부위를 충분히 식혀 준다. 뜨거운 물 때문에 피부와 옷이 붙어 있다면 상처 부위를 충분히 식힌 후 천천히 벗겨야 한다. 만약 옷과 피부가 완전히 달라붙어 있다면 피부가 벗겨질 수 있으므로 무리하게 벗기지 않는다. 화상으로 생긴 물집은 무리하게 터트리지 않아야 하고 소주나 된장, 간장 등은 추가 손상을 유발하거나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바르지 않는다. 빨갛거나 살짝 붓는 1도 화상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3~6일이면 낫는다. 물집이 잡히는 2도 화상은 흉터를 남기거나 3도 화상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물에 적신 수건이나 부드러운 천으로 화상 부위를 감싼 후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도 막히면 복부 압박하는 하임리히법으로

음식물이 기도에 걸렸을 때 의식이 있고 기침을 할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기침을 할 수 있게 독려하며 증상이 좋아지는지 관찰한다. 만약 말이나 기침을 할 수 없거나 청색증이 나타나고, 기도 부위를 감싸 쥐는 행동 등을 한다면 기도가 완전히 막혔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즉시 119구급대에 신고하고 복부밀어내기법을 시행해야 한다.

흔히 '하임리히법'으로 부르는 복부 밀어내기는 환자의 뒤에 서서 배꼽과 명치 사이에 주먹을 댄 뒤 다른 손으로 주먹 쥔 손을 감싸고 후상방으로 강하게 누른다. 1세 미만의 영아는 머리를 아래로 한 후 가슴 누르기와 등 두드리기를 5회씩 반복한다. 하임리히법은 의식이 있는 경우에만 해야 하고, 이물질을 뱉어낼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만약 의식을 잃거나 심장 박동이 멈췄다면 인공호흡을 포함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이때 입속의 이물질을 무리하게 꺼내려 해서는 안 된다.

도움말 안재윤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