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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설악산 등정, 길잡이는 암투병 숲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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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설악산 대청봉 정상에 오른 일행.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류명화, 이상갑, 진성만, 김한숙 씨.
지난 23일 오후 설악산 대청봉 정상에 오른 일행.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류명화, 이상갑, 진성만, 김한숙 씨.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설악산에 오르고 싶었습니다."

숲 해설 봉사자의 도움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설악산 정상을 올랐다. 주인공은 대구에 사는 시각장애인 김한숙(62'여'시각장애 1급), 진성만(56'시각장애 2급) 씨다.

시각장애인 산악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2년 전부터 설악산에 가겠다는 꿈을 품었지만 동행을 구할 수 없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기회는 올해 초 봉화에서 숲 해설사 류명화(46'여) 씨를 만나면서 찾아왔다. "죽기 전에 설악산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두 사람의 부탁을 류 씨가 승낙하면서다. 지난 4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올 정도로 산행을 즐기는 류 씨는 "지난해 유방암 수술을 받아 조심스러웠고 설악산에 시각장애인 두 분을 모시고 다녀올 확신이 서지 않았다"면서도 "생애 딱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산행이 확정되자 진 씨는 주변 도움을 받아 '하늘의 별 따기'라는 설악산 대피소 예약을 책임졌다. 숲 해설 봉사 등으로 류 씨와 친분이 있던 이상갑(58) 씨도 합류했다.

4명이 된 일행은 지난 23일 양양군 오색탐방지원센터에 모여 대청봉과 봉정암, 수렴동대피소로 이어진 2박 3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돌과 계단 위치, 길 높낮이 등이 안내되면 앞이 안 보이는 두 사람이 주변을 더듬고,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한 발씩 내디뎠다.

일반인이라면 4시간이면 도착할 정상에 10시간이 걸려 도착하자 두 사람은 벅찬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류 씨가 "바위가 울퉁불퉁하고 구름이 몰려온다. 저 멀리 속초 앞바다가 보인다"고 설명하면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 씨는 "국내 최고 명산인 설악산에 왔다고 생각하니 공기조차 다르게 느껴졌다"며 "정상에서 내려가기 싫을 정도로 큰 감명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정상 아래 중청대피소에서 하루를 묵은 이들은 다음날 소청봉, 봉정암을 거쳐 수렴동대피소로 내려가 둘째 날을 보냈고 이튿날 백담사를 둘러보고서 하산을 마무리했다. 류 씨는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갈 생각을 못 했을 것"이라면서도 "일상생활도 쉽지 않은 두 분이 설악산에 가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안 된다'는 마음을 버리고 목표를 위해 실천하는 모습은 본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생의 꿈을 이룬 두 시각장애인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진 씨는 "두 분이 함께해 줘서 말로만 들어왔던 설악산에 직접 다녀왔다. 앞으로 어떤 높은 곳도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김 씨는 "류 씨가 먹고 자는 모든 일을 세심히 챙겨줬다. 첫날 몸이 아팠지만 내색하지 않았던 류 씨에게 특히 더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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