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정상부에 140억원을 들여 길이가 230m에 이르는 구름다리가 계획되고 있다. 양옆으로 초대형 기둥을 박고 그 위에 상판을 얹는 식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팔공산 관광을 목적으로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팔공산에 이미 놓여 있는 곤돌라 케이블카 정상부에서 동봉에서 뻗어온 낙타봉까지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케이블카의 연장 운항쯤 될 것 같다. 케이블카 업자의 특혜성 사업으로 읽히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의 새로운 랜드마크 운운하며 구름다리를 생각해낸 것이 마치 죽어가는 대구 관광산업 회생의 큰 불씨가 되는 것인 양한다.
과연 그런가? 과연 구름다리가 대구 관광산업의 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먼저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그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 대저 자연이라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산과 강, 바다 같은 것들이다. 그러니까 산은 자연의 가장 대표적인 존재다. 그뿐만 아니라 팔공산과 앞산, 비슬산 그리고 금호강과 낙동강은 대구의 대표적인 생태 축으로서 대구 생태계의 대표선수다.
즉, 대구의 대표적 자연이자 생태 축으로서의 팔공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이고, 그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 것이다. 정상에 뭔가 레저 거리가 있어서 찾는 것이 아니라, 산이 아름답고 정상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그 산을 힘들게 오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저절로 날아가는 것이고 말이다.
최근 여러 지역에서 말들이 많은 케이블카나 작금의 구름다리 계획 등은 스스로 그러한 순리대로의 자연에 인공의 덧칠을 하는 것으로, 한순간은 경제성이 있고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나 우리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봐서는 결코 좋을 수 없는 구조물들이다. 미래 세대의 눈으로 작금의 구름다리를 보면 무엇이라 할까? 서구 선진국들이 이른바 자연에서 인공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는데 대구는 거꾸로 가는 배에 올라타고 신나 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흔히 "팔공산은 명산이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가까이 있다고,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우리는 발아래 보석이 보석인지도 모르고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팔공산국립공원 유치 이야기가 나오더니 엉뚱하게도 구름다리 계획이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국립공원과 구름다리는 상극인 까닭이다. 국립공원은 인공의 시설물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팔공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팔공산은 진실로 국립공원감이다. 국내 최대 복수초 군락이 팔공산에 존재하며 폭넓은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가지고 있다. 갓바위를 비롯한 1천500년 불교문화와 왕건을 둘러싼 고사를 뼈대로 하는 단단한 스토리도 있다. 국립공원 팔공산과 구름다리 중 무엇을 선택할까를 물어보면 대답은 자명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팔공산은 많은 등산객들에 의한 답압(踏壓)으로 산길이 많이 훼손되고 있다. 이런 형국에 케이블카와 연장한 구름다리로 인해 정상부에 더 많은 관광객을 실어 놓으면 팔공산 능선의 더 많은 산지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구름다리 계획은 지금이라도 철회되어야 한다. 다행히 아직 실시설계도 들어가지 않았으니 이때가 적기다. 대구시는 관광산업이라는 '푼돈'을 벌기 위해 미래 세대의 큰 자산인 '국립공원 팔공산'을 잃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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