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사와 후원…시민의 힘으로 끌어온 10년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창립기념

경산이주노동자센터(대표 김정곤)가 '국적과 피부색'문화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노동자들의 쉼터가 되겠다'고 문을 연 지 10년이 지났다.

2007년 4월 설립 후 10년 동안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이나 퇴직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 산업재해로 다치고 폭행당하는 경우 등 억울한 일을 풀어가기 위한 노동상담을 1천80여 건 했다.

한국말을 몰라 당할 수 있는 권리침해를 없애고 한국사회에서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어 교실도 운영해 왔다. 이주노동자들은 이곳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노동상담을 통해 스스로 신성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찾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경산시의사회, 경산시보건소, 2차 전문 진료협력 대구 및 경산지역 병'의원이 함께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를 운영해 지금까지 3천 건이 넘는 진료도 했다.

12시간 맞교대 근로 탓에 시간이 없거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또는 건강보험이 안되거나 비용부담이 너무 커서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무료진료소는 머나먼 타국에서 '아픈 설움'을 이겨내는 건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권과 노동기본권을 배우는 교육문화행사, 휴일에 함께 스포츠를 즐기고 국가별 공동체 활동 및 종교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이주노동자 자조모임도 지원하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 이주노동자 노동절대회, 세계이주노동자의날 집회 등 연대활동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어울려 편견을 극복하고 다문화 공생사회로 나가기 위한 '경산아시아문화한마당'(2010∼2014년)과 '진량공단문화제'(2012∼2016년) 등도 열고 있다.

한국에 온 지 8년이 된 네팔 이주노동자 두르바 타파 씨는 "한국에 온 지 1년이 지나 이곳을 알게 돼 찾아왔다. 네팔 사람들의 임금 체불, 퇴직금 미지급, 산재문제, 공장 이동 등 노동문제를 해결해주는 모습을 보며 센터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한국 생활을 기쁘게 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일을 함께 돕고 있다"고 했다.

경산이주노동자센터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체로부터 일체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 그동안 대학생과 시민 등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봉사와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어렵게 재정을 꾸려가고 있다.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도 7월 1일 오후 5∼11시 대구 수성구 스타디움 컨벤션웨딩 3층에서 창립 10주년 기념식과 함께 후원의 밤을 개최한다.

경산이주노동자센터를 창립해 올해 초까지 대표를 맡았던 김헌주 상임활동가(민주노총 경산지부장)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커졌고,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국가별 자조모임을 꾸려 자신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무척 보람된 일"이라며 "다만 여전히 3D 업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산재 사고가 많고, 인권침해 사례도 여전하다. 늘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데도 법적'제도적 보완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김정곤 대표는 "최근 농축산 분야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0년 동안 이들에 대한 노동조건 등이 많이 진전됐다고 생각했는데, 실질적으로 그렇게 많이 나아졌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이주노동자들을 돕는 것은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다. 진정한 연대를 통해 우리 모두 함께한 10년을 넘어 함께할 10년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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