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그가 등장한 수많은 인터뷰에서 가늠한 그의 안식처는 용화사였다. 김천 봉산면 태화리에서 나고 자란 그는 이곳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다녔던 곳'으로 소개했다. 김천 직지사의 말사인 이곳을 지레짐작으로 그의 '그곳'으로 여겼더니 시인은 직지사를 꼽아주었다.
고맙게도, 등산 마니아들의 100대 명산 중 하나인 황악산 산자락에 폭 들어앉은 직지사는 낮은 곳이었다. 장딴지 조이며 비지땀 한참 흘려야 알현할 수 있는 부처님을 떠올리고 손사래 치는 이들에게 반박하기 좋았다. 진지하게 말하건대 하이힐로도 거뜬할 정도였다.
그는 지금도 고비가 있거나 생각이 복잡할 때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사냥꾼에게 쫓기던 멧돼지들이 어떤 샘에 머물며 쉬었는데 상처가 나아 그 자리에 가 보니 뜨거운 물이 솔솔 나오더라는 온천 홍보 용어 같아 쓰기 꺼림칙하지만, 분명 그는 직지사를 '회복하는 곳'이라 했다.
"그곳에선 마음이 청정해지고 특히 풍경 소리를 들으면 더 좋지요. 작은 수로가 곳곳에 있어 물 흐르는 소리도 좋아요. 황악산에서 내려오는 물소리도 좋습니다. 모교인 태화국민학교의 소풍 장소이기도 해서 어릴 적 기억도 많이 나는 곳이지요."
'경내정숙'이라는 말이 입구에 쓰여 있었던 걸까. 순간 일요일이 아닌가 날짜를 다시 확인했을 만큼 직지사 경내는 차분했다. 이곳에 온 이들은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로 여기는 듯했다. 걷는 소리마저 새, 바람, 나뭇잎과 어울렸다. 그런 고요함은 개인을 더 돋보이게 했다. 뭔가 모를 이 분위기는 자연스러운 묵언 수행 같았다.
이런 직지사에서 문득 그의 시를 떠올렸다. 자신을 내려놓고 자신에게서 나는 소리를 들어보게 하는 것 말이다. '맨발' '가재미' 등이 그랬던 것처럼. 조개와 가재미의 질기게 이어가는 생에서 우리의 모습이 겹쳐 스스로를 성찰하듯.
스님들이 승가고시를 치르고 수행을 점검받는, 교육과 연수의 장소인 만덕전도 그에겐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농한기 일거리를 찾던 아버지들이 '가족 생계'라는 주춧돌을 땀으로 새겨놓은 곳이었다. 여느 시골의 대규모 건축공사는 농한기 농부들의 살길이 돼 줬고 그때는 만덕전이 그랬다. 그는 만덕전을 "아버지의 땀이 느껴지는 곳"이라 했다. 전당 어느 곳이든 뚝뚝 떨어졌을 그 땀은 시인이 이곳을 찾을 때마다 진해진다.
'물 흐르는 소리까지 더했다면 시인이 위로받는 직지사의 온전함 그대로였을 텐데'라며 가뭄이 야속하다 여긴 건 찰나였다. 가뭄 덕에 비로전 앞 작은 샘이 풍성했고, 거기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물은 역동적인 소리를 냈다. 쉬어 앉았던 감각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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