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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시조, 우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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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꺼냈다. 오랜만에 읽는 자유시다. 이왕이면 그동안 자주 접하지 않았던 시편들을 읽어보기로 했다, 새로움으로 기분 전환을 해볼까도 싶었다. 그러나 내 눈에 들어온 시는 양이 너무 많아 즐겁지 않다. 또 어떤 시는 난해하다. 맘과 달리 금방 지루해진다. 소화를 시키는 데 부담이 되는 음식 같다. 수저를 내려놓듯 시 감상을 포기하려니 나에게 미안하다. 여러 색깔의 시를 더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게으름 때문이다. 시간을 아껴 시집을 펼쳤으나 편치 않은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예전에, 사람들은 편지도 많이 썼고 소설이나 시집 같은 책을 많이 읽었었다. 통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심심찮게 손에 시집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를 쓰는 사람들만이 시를 읽는 것같이 느껴져서 아쉬운 마음이다.

문학은 종교 다음으로 사람의 마음을 정화해준다고도 한다. 몸과 마음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겐 더욱 필요한 문학이 아닐까 싶다. 한 줄의 문장이 지친 영혼을 위로해 주고 용기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문학의 갈래 중에 우리의 시, 시조가 있다. 어쩌면 시조를 옛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의 시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정몽주나 황진이를 기억하거나 어쩌면 시조창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러나 현대시조는 다르다. 고리타분하지 않고 음풍농월하지도 않는다. 시조는 틀에 갇힌 듯 보이나 그 안에서 자유로움을 즐긴다.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으면서 할 말은 다 할 수 있는 게 시조다. 시조는 현시대를 노래하는 시다. 독자와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시조를 많이 감상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쳐라, 가혹한 매여 무지개가 보일 때까지/ 나는 꼿꼿이 서서 너를 증언하리라/ 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나는 접시꽃 하나-'팽이' 이우걸

강물 위로 새 한 마리 유유히 떠오르자/ 그 아래쪽 허공이 돌연 팽팽해져서/ 물결이 참지 못하고 일제히 퍼덕거린다// 물속에 숨어 있던 수천의 새 떼들이/ 젖은 날갯죽지 툭툭 털며 솟구쳐서/ 한순간 허공을 찢는다, 오오 저 파열음!-'새와 수면' 이정환

풋잠과 풋잠 사이 핀을 뽑듯, 달이 졌다/ 치마꼬리 펄럭, 엄마도 지워졌다/ 지워져, 아무 일 없는 천치 같은 초저녁-'초저녁' 박명숙

현대시조 몇 편을 올려본다. 많은 시조 시인들이 빛나는 시편들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문학 중에도 시조를 사랑하는 게 우리 것을 아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시조 시인들은 시조를 널리 알리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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