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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갔다오니 집이 사라졌다, 거리 나앉은 재개발 빌라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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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조합장·현장 소장 등 애초 합의한 매매대금 안주고 감정가로 낮게 보상하려 범행

"그날 겪은 일은 가족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요. 잊고 싶은 악몽이니까요." 부산시 남구의 한 4층짜리 빌라에 살던 A(50) 씨 가족의 일상은 2016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 이후 송두리째 변했다.

이날 출근과 등교(방과 후 활동) 이후 빌라의 무단 철거가 진행돼 불과 서너 시간 만에 4층짜리 빌라가 사라졌다. 재개발 지역 내 빌라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것이다.

오후 4시가 넘어 퇴근하고 나서야 철거 사실을 먼저 알게 된 A씨는 중학교 3학년 딸(15)과 중학교 2학년 아들(13)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못했다.

한겨울 추위 속에 승용차에 두 아이를 태운 뒤 관할 파출소에 가서 겨우 피해자 진술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어른인 나로서도 크게 충격을 받아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고 말했다.

그 다음 날 A씨 가족은 현장에 찾아갔다. 비록 전셋집이었지만 네 식구가 웃음꽃을 피우던 보금자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밝은 성격의 두 아이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땅만 바라봤다. 딸은 철거 잔해 속에서 짓이겨진 자신의 교복을 보고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A씨 가족은 각자 몸에 걸친 것 외에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웃 주민의 집에 하루 신세를 졌다가 찜질방, 온천, 모텔 등을 전전하며 힘겨운 겨울을 보냈다.

해가 바뀌고 겨우겨우 돈을 모아 40년 된 전세 아파트를 마련했지만 방 2개, 거실 겸 주방, 욕실이 전부다.

전교 상위권에 머물던 딸의 성적은 고교 진학 이후 반에서 중간 정도를 유지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습철거에 대한 수사에 나선 부산 남부경찰서는 최근 특수손괴 혐의로 시행사 직원 백모(39) 씨와 현장소장 최모(38) 씨를 구속하고 조합장 김모(54) 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7억4천만원에 매입하기로 한 빌라를 밀어버리고 감정가인 3억6천만원만 주려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백 씨 등은 철거 후 "매매 협상이 끝나 철거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둘러대다가 주민들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에 3억6천만원을 공탁한 뒤 애초 합의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빌라에는 애초 6가구가 살고 있었지만 2가구는 이주했고 당시 4가구 주민 10여 명이 살고 있었다. 관할 남구청은 문제의 재개발 지역에 대해 사업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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