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오전 11시쯤 대구 수성구 한 대형마트.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이모(28) 씨가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잠시 뒤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붙잡고 마트 고객센터를 찾았다. 이 씨는 "화장실 바닥에 쏟아져 있던 세제를 밟고 넘어져 다쳤다. 33만원쯤 하는 안경이 부서졌는데 변상해주지 않으면 본사에 알리겠다"고 했다. 마트 직원은 "CCTV가 없는 화장실에서 발생한 일인데다 치료비는 청구하지 않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돈을 건넸다"고 했다.
그러나 이 안경은 이 씨가 미리 부순 뒤 챙겨온 물건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지난달 26일에도 대전 모 백화점에서 같은 수법으로 손목시계 수리비 30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지난해 1월부터 전국을 돌며 29차례에 걸쳐 9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구경북 내 5개 점포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당해 150여만원의 피해를 봤다"고 털어놨다.
이 씨의 대담한 범행은 피해 매장들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들통났다. 한 대형마트 직원이 다른 점포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두 곳 모두에서 이 씨 이름으로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제보를 입수한 대구 중부경찰서는 CCTV와 계좌 추적을 통해 피의자를 특정하고, 대구 달서구 상인동 지인의 집에 숨어 있던 이 씨를 붙잡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사기 등 전과 32범인 이 씨는 별다른 직업이 없고 다른 범죄로 인해 수배 중인 상태에서 생활비가 필요해 이 같은 범죄를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말썽을 피하려고 순순히 소액 배상을 해준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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