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재자 쫓겨난 짐바브웨에 또 다른 독재자 등장하나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가 사실상 군부의 쿠데타로 37년간의 통치에서 물러나면서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이 당분간 짐바브웨를 이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가베의 부인 그레이스와 차기 대통령직을 놓고 권력 투쟁을 벌이다 무가베로부터 전격 해임당한 후 국외로 도피한 음난가그와는 무가베의 실권으로 생긴 통치 공백을 메울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이번 군부 쿠데타를 유발한 권력투쟁의 핵심 인물이자 쿠데타를 주도한 콘스탄티노 치웬가 군사령관과 아주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치웬가 사령관이 해임된 음난가그와를 구하고 또 자신을 해임하려 한다는 무가베 측의 의도를 간파해 쿠데타를 단행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음난가그와는 75세라는 고령에서 보듯 과거 로디지아 백인통치로부터 조국을 해방으로 이끈 무가베와 혁명 동지이다. 또 그동안 보안장관을 비롯한 정부 요직을 거치면서 사실상 짐바브웨의 2인자로 군림해왔다.

무가베의 장기 독재를 도운 측근이지만 막판 권력 승계 과정에서 부인을 후계자로 내세우려는 무가베와 충돌해 '타도 무가베'로 급선회한 것이다.

무가베가 권좌에서 밀려나면서 군부는 음난가그와를 망명지로부터 귀국시켜 부통령직으로 복귀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어 다음 달로 예정된 집권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회의에서 대통령 대행으로 선출될 가능성도 있다.

무가베의 장기 독재 종식으로 짐바브웨 국민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짐바브웨의 앞날은 아직 불투명하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특히 무자비한 탄압으로 무가베의 장기 독재를 도운 음난가그와가 다시 정권을 장악할 경우 국민이 바라는 민주화와 개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무가베의 실각은 따라서 짐바브웨의 세대 변화가 아닌 옛 혁명세대 동지들 간의 다툼에 그칠 수도 있다.

한편 AP와 AFP 등 외신은 15일(현지시간) 짐바브웨 군부가 권력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국영 ZBC방송을 점령한 군부는 대통령 주변의 범죄자를 겨냥해 군대를 움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부시소 모요 소장은 "우리는 오로지 대통령 주변의 범죄자를 노린 것"이라면서 "임무를 완수하는 대로 상황이 평시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가베 대통령과 가족은 안전하고 건강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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