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지진에서 살아남기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다.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내일 치러진다. 무탈하게 진행되길 바란다.

지진 당일(15일)을 되돌아본다. 신문사에서 외신기사를 정리하고 있었다. 진동이 느껴졌다. 곧이어 건물이 흔들렸다. 책상 위의 화분과 컵이 덜거덕거렸다. "아! 지진이다." 모두 당황했다. 누구는 화분을 붙잡고, 누구는 옴짝달싹 못했다. 긴급재난문자 수신음이 울려 퍼졌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 규모 5.5 지진 발생/여진 등 안전에 주의바랍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인가. 막연한 공포가 더 무섭다. 밖으로 대피해야 하나?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는 가운데, 한 후배는 책상 밑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래, 저렇게 해야 하는데….

포항의 한 지인은 "건물이 흔들리자 직장 동료들과 함께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했다. 한 사람이 앞장서니 우르르 뒤따랐다는 것. 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실내에서는 진동이 사라질 때까지 책상 아래에서 피신하는 것이 우선이다. 공터 대피는 진동이 끝난 뒤 하는 것이 원칙이다.

몇 년 전 일본 여행 중 지진 대피 훈련을 목격했다. 경보가 울리자 직장인들은 책상 밑으로 들어가 책상다리를 붙잡았다. 잠시 뒤 이들은 가방을 머리에 이고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일사불란했다. 몸에 깊이 밴 습관이었다. 이를 지켜본 한국인 여행객들은 일본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또 '단순한 행동을 저렇게 자주 연습해야 하냐'고 빈정거렸다. 민방위 훈련을 건성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나올 법한 말이다.

한국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포항 지진은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규모 5.8)에 이어 역대(1978년 관측 이후) 두 번째 규모다.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2014년 8건 ▷2015년 5건 ▷2016년 34건으로 증가 추세다.

정부는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건축물 내진율을 끌어올리고, 대응시스템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슬기로운 대응이 중요하다. 개개인이 지진 대피 요령을 몸에 익혀야 한다.(국민재난안전포털: www.safekorea.go.kr에 상세한 정보가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이바라키현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6.3)은 포항 지진보다 강도가 높았으나 피해는 거의 없었다. 그것이 선진국과 중진국의 차이다.

'내 행동이 모두를 패닉에 몰아넣고 불필요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명심하라. 침착하라. 걱정된다면 철저히 대비하라.'

일본 도쿄도의 지진 대응 매뉴얼 '도쿄방재'의 핵심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