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 고서적 등 기록문화재의 보수 및 복원용으로 경북도 무형문화재 한지장(제23-2호)인 김삼식(75) 씨의 전통 한지를 매입하기로 했다.
문경시와 김삼식 씨, 아들 춘호(42'문경한지장 전수교육 조교) 씨 등에 따르면 루브르박물관(관장 장 룩 마르티네즈)은 지난달 23일 유럽 지류(종이) 전문가 60여 명을 초청해 '내일을 위한 과거 종이, 수록지'라는 주제의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주연구 대상으로 문경한지를 정하고, 제작자인 김춘호 씨를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김춘호 씨는 닥나무 삶기부터 다듬기까지 모두 8단계를 거치는 문경한지의 수작업 제조과정을 설명하고 샘플을 공개했다.
이를 본 장 룩 마르티네즈 루브르 박물관장은 기존 복원용으로 사용하던 종이의 매입을 중지하고 문경 전통 한지를 문화재복원 데이터베이스작업 표준 종이로 선정해 매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경한지는 닥나무에서 나온 섬유를 주원료로 하는데, 화학약품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공정 과정이 꽤 까다로운 한국 최고의 전통종이로 '조선왕조실록 복원'과 '고려 초조대장경 복간사업', '서예로 담아낸 아리랑 일만수' 등에도 사용될 만큼 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종이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세계를 대표하는 루브르박물관이 다른 나라 종이가 아닌 한국, 그것도 문경의 전통한지를 사용하기로 한 까닭은 무엇일까? 파리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붐빈다는 루브르박물관은 전체를 다 돌아보려면 며칠이 걸릴 정도다. 전 세계에서 수집한 고서적, 회화, 조각 등 수많은 예술품은 30만 점가량에 이른다. 루브르박물관은 오랜 기간 동안 기록유물 복원 및 보수용 종이로 일본 화지와 중국 선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구성과 보존성 등에 있어 단점이 발견돼 애로를 겪어왔고, 박물관 측은 수년 전부터 세계 각국에 수소문해 영구적인 보존성을 갖춘 종이 찾기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김민중 복원사, 최태호 충북대 교수 등 일부 국내학자와 전문가들이 박물관 측에 문경한지를 소개했고, 아리안 드 라 샤펠 루브르박물관 소장은 지난해 2월 문경을 직접 방문해 문경한지의 제조 과정과 효능을 살핀 뒤 "지구상에 이런 종이가 있다니?"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루브르박물관의 매입 결정으로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영국 대영박물관도 문경한지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이 밝히는 세계 유물복원용 종이시장은 연간 8천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루브르박물관이 문경한지를 문화재 복원에 사용하려는 것은 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문경한지의 우수성을 일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계기로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재 복원사업에 문경한지가 쓰여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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