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본주의=불평등" 피케티의 주장은 옳았는가…『애프터 피케티』

애프터 피케티/토마 피케티 외 25인 지음/유엔제이 옮김/율리시즈 펴냄

벌써 4년이다. 2013년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을 발표한 지. 30개국에서 220만 부가 넘게 팔린 '21세기 자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불평등'과 '분배'다.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높아서 부의 불평등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책의 골자다. 책이 출간되기 전 '피케티 열풍' '피케티 신드롬'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학계는 물론 출판계에서조차도 최근 경제학계에 광범위한 논쟁의 불을 붙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사회적 지위에 대한 열망, 부의 불평등에 대한 불만은 학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을 경제사나 계량경제학이라는 낯선 분야에 뛰어들게 했다. 프랑스 출신 한 젊은 학자가 몰고 온 파장에 허를 찔린 상당수 (특히 미국) 경제학자와 학제적, 통시적인 데이터에 의한 생소한 접근에 매료된 사회과학자에겐 새로운 담론의 장이 열렸다.

◆25인이 묻고 피케티가 답하다

피케티는 옳았는가. 글로벌 베스트셀러 출간으로 논쟁의 진원지가 된 하버드대가 한차례 열풍이 지난 지금 피케티 이후의 세계를 조망할 특별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과연 위기인가' '피케티의 불평등은 제대로 진단되고 분석됐는가'에 대한 광범위한 지적 토론을 책으로 완성했다.

이 책 '애프터 피케티'는 25명의 내로라하는 학자가 피케티 현상을 논증하고 평가한 성과물이다. 여기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로버트 솔로, 마이클 스펜스도 가세했으며, 경제학을 넘어 지리학, 법학, 역사학까지 총동원해 불평등에 대해 피케티가 예측한 불편한 진실을 파고든다. 그리고 이들의 지적이나 옹호에 피케티가 답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책은 5부로 돼 있다. '21세기 자본'의 영문판 번역자인 아서 골드해머가 책의 이례적 성공을 거둔 이유를 논평하고, 출간 후 3년간 책에 쏟아진 환대와 반론을 정리했다. 이어 로버트 솔로와 폴 크루그먼이 피케티 현상에 대한 관점을 보여준다. 이어 2부에서는 피케티가 제시한 '자본'의 개념을 계량경제학, 정치경제학적 측면, 노예제도, 인적자본, 기술변화 등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본다. 3부는 피케티식 분배의 전제를 이루는 '불평등'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룬다. 자본소득의 증가가 불평등을 형성'심화하는 과정, 불평등의 공간적 확대, 정부정책이 불평등의 형성과 완화에 주는 영향, 거시경제와 불평등의 상호작용, 페미니즘과의 연관성을 따져본다. 4부에서는 분석틀을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으로 확장한다. 경제 부문에서 불평등을 유지하는 제도적, 정치적, 법적 장치를 분석한다. 마지막은 피케티 차례다. 지난 3년간 제기된 문제와 지적에 대해 해명하고 보충 설명한다. 불평등과 착취의 배경에 있던 '공간'의 작용에 대한 연구가 빠졌다는 가레스 존스의 비평이나, 국외 자산에 대한 분석이 서구 중심적이며 개발도상국 사례에 대한 연구가 소홀했다는 엘로라 드르농쿠르의 지적을 수용한다. 불평등을 유발한 사회적 규범과 정치적 상황이나 소유 형태가 바뀔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점도 인정한다.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조장하는가

피케티는 인구가 줄거나 증가가 멈추면 축적된 자본의 힘이 증가하고, 저성장은 부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고 봤다. 부는 분배되지 않고 세습돼 세습자본주의가 능력주의를 지배하고 불평등이 고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에 의한 파괴나 누진세 같은 조세 부과만이 불평등을 완화한다면서 최고 수준의 소득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한계세율을 부과하고 누진적 글로벌 부유세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동으로 돈을 벌기보다, 자본으로 돈을 그러모으기가 더 쉽다는 그의 확신은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책은 "세습자유주의자와 세습 중산층이 주축이 된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그 증거"라며 피케티의 주장을 검증한다.

로버트 솔로는 "소득의 원천을 노동과 자본으로 분리되며 부는 노동소득에 비해 사람들 사이에 훨씬 집중적으로 분배돼 있다"면서 "노동소득이 감소하면서 자본소득의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이 피케티 이론의 핵심이고 그의 주장이 대체로 옳다"며 누진자본세의 전 세계적 시행을 주장한다.

또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도 "'21세기 자본'은 대단한 책"이라며 "경제 성장, 자본과 노동 간의 소득 분배, 개인 간의 부와 소득의 분배 문제를 하나의 틀 안에서 통합한 불평등에 관한 논의의 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적과 성과로 소득 상위 1% 그룹을 형성하는 초고액 연봉자, CEO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제2차 도금시대의 도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돈이 돈을 번다."

틀렸다고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시대다. 소득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하는 요즘엔 더욱 와 닿는 말이다. 피케티가 내놓은 대담하면서도 비관적인 전망, 다소 급진적인 대안은 3년이 넘도록 경제학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 왔다. 하지만 정치적 결정이나 부와 소득이 상위 1%, 0.1% 또는 0.01%에 집중되는 상황을 지켜만 볼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피케티가 던진 화두에 대해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780쪽, 3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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