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창 아이스클라이밍 경기 무산…청송 월드컵 시리즈 찬바람 맞나

산악연맹, 예산 문제로 취소…선수들 탄원서 제출 등 반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쇼케이스(시범경기)로 열릴 예정인 아이스클라이밍 행사가 무산돼 큰 파장이 예상된다.

행사를 주최하는 대한산악연맹이 재정상의 문제로 행사 포기 의사를 최근에 국제산악연맹에 전달했고 이 내용이 올림픽조직위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산악연맹 측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아이스클라이밍 시범을 위해 설치하는 인공빙벽 등에 약 5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연맹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라며 행사 취소 경위를 밝혔다.

앞서 이런 사정을 접한 청송군은 현재 청송 얼음골 아이스클라이밍센터 앞에 설치된 인공빙벽을 무상으로 빌려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구조물 등을 무상으로 빌려도 분리해서 수송, 재설치 등에 드는 비용이 1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해 연맹은 이 제안도 포기한 상태다.

평창동계올림픽 쇼케이스 무산으로 아이스클라이밍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추진하려던 계획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국제산악연맹은 지난 2014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때 처음으로 아이스클라이밍 쇼케이스를 선보였다. 당시 청송군도 아이스클라밍 월드컵 개최지라는 명분으로 소치에서 함께 아이스클라이밍 홍보에 참여했다. 국제연맹은 평창동계올림픽 쇼케이스 개최를 거쳐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하다는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창시돼 세계화된 국제공인스포츠인 '태권도'도 1988년 서울올림픽에 처음으로 시범 종목에 채택되고 나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시범 종목을 거쳐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선례가 있다.

아이스클라이밍 쇼케이스 취소가 알려지면서 큰 파장도 예상된다. 먼저 선수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매년 2월 월드컵 시리즈가 열리는 기간인데도 같은 기간 계획된 평창동계올림픽 쇼케이스를 위해 별도로 스케줄을 짜고 연습해왔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최근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송군도 올림픽 쇼케이스 후광효과를 노리고 있었는데 취소 결정으로 오히려 같은 달 열리는 월드컵 흥행에 악영향을 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또 하나의 금메달을 안겨줄 종목이라 평가했던 국내 선수들과 팬들도 크게 실망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청송에서 열린 2017 아이스클라밍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박희용(35'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 선수와 송한나래(25'아이더클라이밍팀) 선수가 난이도 부문에서 남녀 동반 우승하는 등 우리나라 선수들은 이 종목에서 세계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아이스클라이밍 한 선수는 "러시아 소치올림픽 때도 소규모로 쇼케이스가 운영됐고 많은 예산이 부담된다면 규모를 줄여서라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연맹의 의지가 문제인 것 같다"고 비난했다.

김종길 대한산악연맹 회장은 "별도의 스폰서 등을 알아보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내부적으로는 쇼케이스 취소가 결정됐지만 그래도 올림픽 개막까지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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