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지방선거는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벌써부터 출마 선언 러시가 진행되면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후보자들의 일성이 귀가 아플 정도로 들리고 있다. 후보자들은 한 표라도 더 얻으려 정치공학에 매달리는 한편 유권자 표심을 노리며 자신의 정치철학 홍보에도 여념이 없다.
정치철학과 정치공학은 닭과 계란의 선후 문제와 같아 보인다. 정치철학만을 강조하면서 정치공학을 무시한다면 낙선 위험이 따른다. 반대로 정치공학에 치중하다 보면 당선되더라도 좋은 정치를 펼치기 어렵다.
경북 기초단체장에 출마하려는 한 후보는 "51% 선거전을 치른다"고 했다. 단 1표라도 이기면 되는 만큼 지역구 내 51% 유권자만의 표심을 위해 득표 활동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때 자신을 지지하지 않을 것 같거나 애매한 유권자 49%는 과감히 외면해 버린다는 말도 전했다. 다분히 정치공학적 발상이다.
반대로 대구경북 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 중인 다른 한 후보는 출마 선언을 최대한 천천히 하기로 했다. 유권자 입맛에 찰싹 달라붙을 만한 공약 개발이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당장 득표 활동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 유권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관성적인 투표 행태는 사라지고 정책 대결이 이뤄질 것"이라며 정치철학에 비중을 두는 선거 활동을 펴고 있다.
두 사람 가운데 누가 옳은 정치 활동을 하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이들을 평가할 기준과 재단할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승자독식의 정치공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정치철학을 위해서는 각 당이 상향식 공천 등 후보 검증 작업의 객관적 지표를 마련해 걸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서상기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장이 수년 전 기자에게 던진 말에서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현역 시절 서울역~동대구 KTX표를 한 해 500회 이상을 끊었다는 말을 듣고 왜 그렇게 자주 내려가냐고 묻자 그는 "걸뱅이(서 의원)가 (표를) 구걸하러 가는데 주인 허락 맡고 가나요?"라고 했다.
그렇다. 유권자가 주인이다. 후보자 자질은 정치철학 문제로 돌리더라도 정치공학 주체는 철저히 유권자 몫이다. 후보자가 정치공학까지 재단하지 못하게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아가서 반드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후보자들이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공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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