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라이프] 58년 개띠, 나는 이렇게 살았다-강민구 kmg내과의원장

여태껏 환갑이라면 어르신을 떠올렸는데 막상 내가 환갑이라니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게 된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도 모자라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다니던 국민 학교 시절엔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워야 했고, 중학교 땐 고교 입시를 위해 새벽 별을 보며 책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곤 했는데 그해엔 입시 부정 때문에 입학시험을 두 번이나 치러야 했었다. 까까머리 고등학생 땐 얼룩무늬 교련복을 입고 총검술을 배웠고, 유신시대의 종말과 10.26 사태로 이어지는 내 기억 속의 대학 시절은 온통 암울한 사회 분위기와 매캐한 최루탄 냄새뿐이다. 거리로 나가 구호를 외칠 용기가 없던 나는 운동권 선배들이 운영하는 야학에 나가는 걸로 소심한 저항을 했었다. 90년 대 부터 시작된 인터넷은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버려서 나처럼 아날로그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에겐 변화를 따라가는 게 너무나 힘든 일이다. 주판을 배우며 자란 나는 가끔씩 석기시대 인류가 갑자기 현대로 온 것 같아 멀미를 느끼곤 한다.

이렇게 60년 세월이 바쁘게 지나고 어느덧 다시 내가 태어난 "戊戌"년,

먼 길을 갈 때는 가끔씩 멈춰 서서 걸어 온 길 뒤돌아보고 숨 고르며 느긋하게 가야하는데 그간 너무 앞만 바라보며 살아 온 것 같다. 살며 나를 스쳐간 수많은 인연들이 좋은 인연은 나를 성장시켜 주었고, 나쁜 인연은 나를 단련시켜 주었기에 모두가 고맙다. 그 시절에는 참 힘들다고 생각되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가 아련한 추억으로 변하는 걸 보니 나이가 든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 나는 가장 좋다.

60갑자 한 바퀴 돌았으니 이제부터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무척이나 조심스러우면서도 가슴이 설렌다. "환갑" 새로운 시작! 산다는 건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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